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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저씨 중국 리메이크, '추설만과적동천(秋雪漫过的冬天)' 리뷰 (제목, 캐스팅, 리메이크의 딜레마, 그리운 이선균 배우)

by tigermorning 2026. 5. 27.

중국 드라마 추설만과적동천 포스터

 

《秋雪漫过的冬天》, 우리말로 옮기면 '가을 눈이 뒤덮고 지나간 겨울'쯤 되는 이 중국 드라마는 2018년 한국 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리메이크 작품입니다.

 

제목, 캐스팅

《秋雪漫过的冬天》. 직역하면 '가을 눈이 넘쳐 지나간 겨울'입니다. 처음엔 다소 작위적으로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가을에 폭설이 내리나? 요즘 한국은 가을에도 더운데" 싶은 생각도 들었고 제목이 과하게 감성적인가 싶기도 했지만, 그래도 저는 서정적인 중국판의 제목이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겨울이 본격적으로 닥치기도 전에 이미 한 번의 폭설을 다 맞은 사람들이면 정말 힘들고 지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원작을 이미 본 저로서는 이 드라마의 온도를 참 잘 표현했다 싶었습니다. 남자 주인공 강가제는 수십억 규모의 제약회사 고위직에 있으면서도 직장 내 파벌 싸움에 치여 살고, 여자 주인공 주우안은 빚더미와 가족의 짐을 홀로 짊어지고 하루하루를 버팁니다. 둘 다 아직 한겨울이 오지 않았는데 이미 녹초가 된 사람들입니다. 중국판의 제목이 드라마의 정서적 코드를 정확하게 압축해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좋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1화가 시작되고 남자 주인공이 등장하는 순간, "어, 꽤 닮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남자 주인공 자오유팅(趙又廷, 조우정)은 원작을 보고 많이 연구를 한 건지, 아니면 원래 그 배우가 이선균 배우와 비슷한 표정을 짓는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이선균 배우 특유의 표정들을 이 배우의 얼굴에서도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자오유팅의 연기는 괜찮았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원작의 지안이라는 인물은 밝게 웃어도 어딘가 꺼져가는 것처럼 보이는, 삶에 오래 지친 인상이 핵심이었습니다. 또, 표정이 없을 때 오히려 깊은 감정이 읽히는 그런 눈빛이 필요한 역할입니다. 아이유(IU)가 그 역할을 완벽하게 해내서 "아이유는 연기도 잘하네"라고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가수 아이유가 연기를 하는 느낌이 아니라, 그냥 아이유가 그 캐릭터 자체인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장쯔펑(张子枫, 장자풍)은 어두운 표정을 지을 때조차도 어딘지 밝아 보이고, 그만큼 지쳐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녀가 짓는 표정은 그냥 어린 소녀의 뾰로통한 느낌이 들었던 것이 좀 아쉬웠습니다.

 

리메이크의 딜레마

리메이크 작품에는 늘 따라붙는 구조적 딜레마가 있습니다. 제가 이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오래 생각했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원작과 너무 달라지면 "원작의 정신을 훼손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고, 반대로 원작을 너무 충실하게 따르면 "굳이 왜 만들었냐"는 냉소를 감수해야 합니다. 어느 쪽을 선택해도 원작과의 비교는 피할 수 없고, 그 비교는 대체로 원작에 유리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리메이크란 처음부터 불리한 싸움입니다. 이것은 리메이크 제작에서 흔히 쓰이는 전략인 캐스팅 미러링(casting mirroring)입니다. 캐스팅 미러링이란 원작의 주요 인물 각각에 외형적, 분위기적으로 유사한 배우를 배치하여 원작 팬의 거부감을 낮추고 이입을 유도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저의 경우에는 원작 팬으로서는 반갑기도 했지만, 자꾸 원작이 겹쳐 보여서 이 드라마 자체를 온전한 새 작품으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이 드라마의 촬영지인 충칭(重庆)이라는 도시의 지형과 골목길 분위기가 원작 속 한국의 서울 외곽과 묘하게 닮아 있는 데다, 충칭의 경사진 골목과 야경이 원작의 쓸쓸하고 눅눅한 감성을 꽤 성공적으로 재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보면서 "서울하고 비슷한 곳을 잘 골랐다"고만 생각했는데, 이런 구체적인 평가를 보니, 그 말에 동의가 됩니다. 그나저나 이 드라마의 배경이 충칭이었다고 하니 왠지 반갑습니다. 우리나라말로 한자를 그대로 발음해 중경이라고도 불리는 충칭은 한국인에게는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있고, 중경삼림이라는 홍콩 영화를 통해 이름이 익숙한 곳입니다. 요즘 각종 TV 예능에서 충칭 음식을 소개하는 것이 많아서, '충칭'이라는 이름을 보는 순간 배가 고파졌습니다. 저도 언젠가 충칭에 놀러 가면 이 드라마에 나온 곳들도 지나치게 되겠군요.

 

중국의 리뷰 플랫폼인 더우반(豆瓣电影)에서 이 드라마에 대한 평가를 살펴보면서 흥미로웠던 몇 가지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 로케이션 선정: 중경의 지형적 특성이 원작의 정서와 잘 맞아떨어진다는 평이 많습니다
  • 인물 구도: 주요 인물 배치와 관계선은 원작을 충실히 따랐습니다
  • 직장 내 권력 갈등: 제약회사 고위직이라는 배경은 한국판의 설정을 거의 그대로 옮겼지만 디테일에서 논리적 허점이 지적됩니다
  • 여성 인물의 묘사: 이 부분에서 가장 많은 의견 차이가 나타납니다

 

그리운 이선균 배우

이 드라마를 보는 내내 저를 가장 무겁게 눌렀던 것은 사실 연기나 각색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원작을 다시 떠올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배우 이선균 님의 얼굴이 겹쳐 보였고, 이제는 그의 새 작품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조용히 마음 한 편을 눌렀습니다.

 

《나의 아저씨》에서 그가 보여준 박동훈은, 무너지지 않으려 버티는 사람의 피로감을 너무도 자연스럽게 담아낸 인물이었습니다. 과장 없이, 그러나 깊게. 그것이 이선균이라는 배우의 방식이었습니다. 《커피프린스 1호점》의 최한결에서 시작해, 《골든타임》의 이민우, 《기생충》의 박 사장까지, 그는 어떤 역할을 맡아도 그 인물 안에 조용히 스며드는 배우였습니다. 화려하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보고 나서야 얼마나 깊이 남아 있는지를 깨닫게 되는 그런 연기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이선균 배우는 찍는 작품마다 모두 사랑을 받았죠. 역할을 고르는 안목도, 그 역할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방식도 자기만의 것이 있는 배우였습니다. 그런 사람을 보면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리메이크가 원작을 소환하는 건 당연한 일인데, 이번에는 그 기억이 유독 다른 무게로 다가왔습니다. 원작의 완성도가 높을수록 리메이크가 독자적으로 인정받기 더 어려워진다는 건 어느 정도 자명한 사실입니다. 《나의 아저씨》는 국내외에서 두루 극찬을 받은 작품이니, 그 그늘을 벗어나는 것이 처음부터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겁니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秋雪漫过的冬天》은 꽤 선전했다는 것이 제 최종 판단입니다. 그리고 그 판단과는 별개로, 이 드라마를 다 보고 나서 가장 오래 남은 감정은 그리움이었습니다. 다시 볼 수 없는 작품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을 것 같아서요.


참고: https://namu.wiki/w/%EB%82%98%EC%9D%98%20%EC%95%84%EC%A0%80%EC%94%A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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