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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보면서 범인이 누구인지 먼저 알아내려 했던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그랬습니다. 그런데 JTBC 드라마 <괴물>을 보면서 처음으로 그 습관이 무너졌습니다. 범인을 찾는 것보다 사람 하나하나의 표정을 따라가는 것이 훨씬 더 흥미로웠기 때문입니다. 20년 전 실종된 여동생 사건부터 다시 시작된 연쇄 살인까지, 이 드라마는 사건보다 사람을 먼저 들여다보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줄거리
이동식은 문주시 만양읍 파출소 경사입니다. 동네에서 '못 말리는 또라이 경찰'로 불리는 그는, 화투판을 단속하면서 형법 제247조를 줄줄 외우고 동네 아주머니들을 전원 연행해 버리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 괴짜 같은 행동 아래에는 20년 동안 한 번도 가라앉지 않은 상처가 있습니다.
2000년 10월 15일 새벽, 당시 스무 살이었던 동식의 쌍둥이 여동생 이유연이 자택 마당에서 손가락 열 마디만 남긴 채 사라졌습니다. 같은 날 라이브 카페 종업원 방주선이 사망 상태로 발견되었고, 동식은 방주선의 시신 곁에서 자신의 기타 피크가 발견되면서 용의자로 체포되었습니다. 결국 친구 박정제의 증언으로 풀려났지만, 사건은 미제(未濟)로 남았습니다. 미제란 범인을 특정하지 못한 채 수사가 중단된 사건을 말합니다.
20년이 지난 지금, 갈대밭에서 손가락이 잘린 채 발견된 사체가 과거와 완전히 동일한 수법을 보이면서 사건이 다시 꿈틀댑니다. 본청 엘리트 경위 한주원이 만양 파출소로 전입 발령을 받아 내려오는데, 그의 목적은 처음부터 동식이었습니다. 주원은 20년 전 용의자였던 동식이 연쇄 살인범일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느낀 건, 이 드라마가 '범인 찾기' 서사처럼 시작해서 어느 순간 완전히 다른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 사람이 범인인가?'가 아니라 '이 사람은 왜 이렇게 되었는가?'를 물어보게 됩니다.
- 이동식: 만양 파출소 경사. 20년 전 사건 용의자이자 피해자의 오빠. 괴물을 잡기 위해 스스로 괴물처럼 행동한다.
- 한주원: 본청 차장의 아들로 경찰대 수석 출신 엘리트. 동식을 의심하며 만양에 내려온다.
- 강진묵: 동식과 30년지기 절친. 외견상 다정하고 든든하지만 점차 수상한 정황이 드러난다.
- 박정제: 동식의 20년지기 친구이자 시의원 아들. 두 번에 걸쳐 동식의 알리바이 증인이 된다.
- 오지화: 문주서 강력팀장. 동식의 동창이자 지훈의 누나로, 사건의 중간에서 균형을 잡는 인물.
등장인물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신하균 배우가 이렇게 대사를 아끼는 캐릭터를 연기할 줄은 몰랐습니다. 이동식은 무언가를 직접 말하는 대신 비껴가거나 침묵으로 대답하는 인물인데, 그 빈자리를 신하균 배우의 눈빛이 전부 채웁니다.
한주원이 진술 녹화실에서 동식에게 "당신이 한 거 맞죠?"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묻는 장면이 있습니다. 동식은 직접 부인하지 않고, 대신 "아직도 내가 민정이를 아니 그거 말고요"라고 흘립니다. 대답인지 회피인지 알 수 없는 그 한 마디에, 시청자는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상상하게 됩니다. 이것이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예전에 회사에서 함께 일했던 선배가 떠올랐습니다. 회의 때마다 무표정이라 처음에는 저를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친해지고 나니 원래 감정 표현이 적은 사람이었습니다. 그 뒤로 첫인상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버릇이 조금 줄었는데, 동식을 보면서 그 기억이 다시 올라왔습니다.
여진구 배우의 한주원도 못지않습니다. 처음에는 원칙주의자처럼 보이지만, 불법 체류자 이금화를 미끼로 활용한 뒤 그녀가 사망하자 죄책감을 안고 수사를 이어가는 장면에서 인물의 복잡성이 드러납니다. 캐릭터 아크(character arc), 즉 인물이 이야기 안에서 변화하고 성장하는 곡선이 두 사람 모두에게 뚜렷하게 그려집니다.
한국 드라마 서사 구조를 연구한 논문들에 따르면, 범죄 스릴러 장르에서 시청자가 몰입을 유지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는 인물의 심리적 일관성이라고 합니다(출처: DBpia 학술 연구 데이터베이스). 괴물은 이 점에서 매우 높은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동식이 증거를 직접 수집하고, 스스로 잡히는 과정까지 설계하는 행동은 모두 "괴물과 싸우려면 괴물이 되어야 한다"는 그의 내면 논리와 정확히 맞아떨어집니다.
연기와 연출
제가 이 드라마를 몰아본 주말이 지금도 기억납니다. 평소에는 스마트폰을 옆에 두고 드라마를 보는 편인데, 괴물은 알림이 몇 번 울렸는데도 무음으로 돌려놓고 계속 다음 화를 눌렀습니다. 다 보고 나니 밖이 어두워져 있었고, 창문을 열어 바람을 쐬면서 엔딩 장면을 다시 떠올렸습니다.
연출적으로 눈에 띄는 것은 미장센(mise-en-scène) 활용입니다. 미장센이란 화면 안에 배치된 모든 시각 요소, 즉 인물의 위치, 조명, 소품, 배경을 통해 감정과 서사를 전달하는 기법을 말합니다. 동식이 지하실을 청소하는 장면, 주원이 그 지하실에서 혈흔을 발견하는 장면은 대사가 거의 없지만 두 인물의 심리적 긴장이 공간 자체로 느껴집니다.
복선 회수(foreshadowing resolution) 역시 탄탄합니다. 복선 회수란 앞서 심어 놓은 단서들이 후반부에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서사를 완성하는 것을 가리킵니다. 때타월 하나, 진묵이 경찰서에서 세는 숫자, 동식이 손가락을 직접 가져온 이유까지, 나중에 돌아보면 모든 장면이 하나의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종류의 복선이 무리 없이 회수되는 드라마는 생각보다 흔치 않습니다.
한 가지 더 재미있었던 건 회차가 끝날 때마다 커뮤니티에서 다른 사람들의 추리를 읽어 보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진묵이 일찍부터 수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정제라고 확신하는 분들도 있었고, 상배라고 보는 시각도 있었습니다. 같은 장면을 보고도 이렇게 다른 해석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이 드라마가 관객에게 얼마나 넓은 여지를 주는지를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JTBC는 드라마 괴물에 대해 공식 채널을 통해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괴물성을 탐구한 작품"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출처: JTBC 공식 홈페이지). 제가 직접 보고 나니 그 말이 정확히 맞았습니다. 범인을 가리키는 제목이 아니라, 우리 모두 안에 있을 수 있는 무언가를 가리키는 제목이었습니다.
- 미장센: 대사 없이 공간과 소품만으로 인물의 심리를 전달하는 연출이 탁월하다.
- 복선 회수: 사소해 보이는 소품과 행동 하나하나가 후반부에 서사적 근거로 정확히 연결된다.
- 캐릭터 아크: 두 주인공 모두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서로를 향한 시선이 달라지며 성장한다.
- 앙상블 연기: 남상배 소장, 오지화 팀장, 박정제 등 조연진의 연기도 서사의 무게를 나눠 받는다.
자주 묻는 질문
Q. 드라마 괴물 범인이 결국 누구인가요?
A. 강민정 살해 사건의 핵심 인물은 동식의 오랜 지인 강진묵입니다. 동식은 이미 이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증거 없이 신고할 수 없어 직접 함정을 설계했습니다. 20년에 걸친 연쇄 살인의 전모는 후반부에 걸쳐 서서히 드러나므로, 스포 없이 직접 보시는 것을 강력히 권합니다.
Q. 괴물 드라마 총 몇 부작이고 어디서 볼 수 있나요?
A. JTBC 드라마 괴물은 총 16부작으로 2021년 방영되었습니다. 현재 넷플릭스와 JTBC 공식 VOD 플랫폼에서 전편 감상이 가능합니다. 회차당 약 70분 내외로 몰아보기에도 부담이 없는 편입니다.
Q. 드라마를 처음 보는 사람도 이해하기 쉬운가요?
A. 초반 두 회차가 등장인물과 배경을 촘촘하게 깔아 놓는 구간이라 다소 집중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보면서 느낀 건, 3회차부터는 오히려 인물들에 자연스럽게 감정 이입이 되면서 이야기가 알아서 끌려간다는 점이었습니다. 초반을 버티면 중독성이 강해집니다.
Q. 신하균 vs 여진구 중 누구의 연기가 더 인상적인가요?
A. 비교하기 어렵습니다. 신하균은 침묵과 눈빛으로 수십 가지 감정을 전달하고, 여진구는 원칙주의자가 죄책감을 안고 흔들리는 과정을 섬세하게 표현합니다. 두 사람의 연기 방식이 서로 다른 방향에서 부딪히기 때문에 오히려 두 배로 흥미롭습니다.
결론
괴물은 범죄 스릴러라는 장르 안에 인간의 죄책감, 침묵, 그리고 관계를 담은 드라마입니다. 화려한 액션도, 억지스러운 반전도 없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화까지 긴장을 놓을 수가 없습니다. 이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드라마를 많이 본 분이라면 아실 겁니다.
제 경험상 다 보고 나서도 등장인물들의 표정이 한동안 머릿속을 맴도는 작품은 흔치 않습니다. 괴물은 오랜만에 그런 경험을 하게 만든 드라마였습니다. 범죄 스릴러를 좋아하는 분은 물론이고, 인간 심리와 관계의 변화를 깊이 있게 그린 드라마를 찾는 분에게 자신 있게 추천합니다. 첫 두 회를 버티고 나면, 나머지는 알아서 따라가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