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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옆자리 사람을 흘깃 보다가 '저 사람, 뭔가 사연 있겠다'고 혼자 스토리를 만들어 본 적 있으신가요. 저도 그런 사람입니다. 그래서 《로맨스의 절댓값》을 처음 봤을 때, 첫 장면부터 뭔가 묘하게 찔리는 기분이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을 소재 삼아 BL 웹소설을 써 내려가는 여고생 이야기인데, 황당하다기보다 오히려 "아, 이런 사람 실제로 있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거든요.
하이틴 드라마가 창작 서사를 다루는 방식
《로맨스의 절댓값》은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시리즈로, 매주 금요일 저녁 8시에 공개되는 하이틴 로맨스 드라마입니다. 표면적으로는 꽃미남 선생님과 여고생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극의 동력은 주인공 여의주가 쓰는 BL 웹소설에서 나옵니다.
여기서 BL이란 Boys' Love의 줄임말로, 남성 인물 사이의 로맨스를 다루는 장르를 말합니다. 국내 웹소설 플랫폼에서 꾸준히 두꺼운 팬층을 유지하고 있는 장르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국내 웹소설 시장은 2023년 기준 약 1조 원 규모로 성장했으며, BL을 포함한 로맨스 장르가 전체 조회수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출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극 속 여의주는 학교에서 만난 선생님들을 모티프로 소설을 씁니다. 수학을 사랑하는 가우스 선생님의 대사, 체육 선생님의 근육남 이미지, 자신에게 핀잔을 줬던 강우수 선생님의 말투까지. 현실에서 겪은 찰나의 순간들이 소설 속 대사로 그대로 살아납니다. 직접 겪어보니 이런 방식의 캐릭터 구성이 얼마나 생동감 있는지 실감이 납니다. 저도 카페에서 들은 대화 한 조각이 며칠째 머릿속을 맴돌 때가 있거든요.
드라마는 망상과 현실을 시각적으로 분리하는 연출 방식을 씁니다. 이 기법을 메타픽션(Metafiction)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데, 쉽게 말해 이야기 안에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넣어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흐리는 서술 방식입니다. 덕분에 시청자는 여의주의 소설과 실제 교실 장면을 오가면서 두 개의 이야기를 동시에 즐기게 됩니다.
극의 핵심 갈등 중 하나는 강우수 선생님이 자신이 소설 속 서브 남주, 즉 조연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벌어집니다. 본인이 주인공이 아니라는 이유로 화를 내고 소설 내용에 직접 개입하겠다고 선언하는 장면은 솔직히 웃음이 터졌습니다. 그러면서도 "이게 이 드라마가 하고 싶은 말이구나" 싶었습니다.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과 이야기 속에 들어가고 싶은 사람, 그 사이의 줄다리기가 이 작품의 진짜 재미거든요.
- 주변 인물 관찰 → 캐릭터 구성 → 소설 반영이라는 창작 과정을 코믹하게 시각화
- BL 장르 특유의 집착광공, 후회공 같은 서사 문법을 극 안에서 직접 설명하며 장르 입문자도 따라가기 쉽게 구성
- 망상과 현실의 시각적 분리로 두 개의 이야기를 동시에 전달하는 메타픽션 구조 활용
- 선생님을 모티프로 삼은 소설이 실시간 1위를 기록하는 반전으로 창작의 희열을 장면으로 보여줌
김향기와 차학연 배우의 케미
제가 이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놀랐던 건 설정의 참신함이 아니라, 배우들이 그 설정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소화하느냐였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꽃미남 선생님과 수학 못하는 여고생이라는 구도만 들으면 전형적인 하이틴물처럼 들리거든요.
김향기 배우가 연기하는 여의주는 코미디와 진심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갑니다. 몰카 오해로 시작된 최악의 첫 만남, 안경을 밟고도 나뭇가지 소리라고 거짓말하는 장면, 소설 삭제 명령에 "죽어도 못 지워요"를 외치는 장면까지. 과장된 리액션이 많은데도 전혀 유치하게 보이지 않습니다. 오글거림과 공감 사이 어딘가에서 딱 균형을 잡고 있습니다.
차학연 배우가 연기하는 강우수 선생님은 극단적 결벽증(潔癖症)을 가진 캐릭터입니다. 결벽증이란 먼지나 오염에 대한 과도한 불안과 집착을 보이는 성향을 말하는데, 비둘기 똥 한 방울에 기절할 만큼 예민하게 묘사됩니다. 그 예민함이 황당하면서도 일관성 있게 유지되어 캐릭터에 설득력을 줍니다.
두 배우의 티키타카(tiki-taka)는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자산입니다. 티키타카란 원래 축구에서 빠르게 짧은 패스를 주고받는 전술을 일컫는 말인데, 예능이나 드라마에서는 두 사람이 빠르고 자연스럽게 대화와 반응을 주고받는 케미를 표현할 때 씁니다. 특히 강우수가 소설 속 자신의 대사를 그대로 읊으며 "이게 우연이라고?" 하는 장면은 제가 보기엔 이 드라마 전반부 최고의 순간이었습니다.
청춘시대를 연출한 이태곤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는 점도 눈에 띕니다. 아슬아슬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톤 조절에 실패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다고 봅니다. 제 경험상 이런 류의 드라마는 선 하나를 넘는 순간 시청자가 급격히 이탈하는데, 《로맨스의 절댓값》은 그 선을 꽤 영리하게 지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3 방송영상산업백서에 따르면, OTT 오리지널 시리즈 중 하이틴 장르는 10~30대 여성 시청층의 재시청률이 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납니다(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로맨스의 절댓값》이 쿠팡플레이에서 오리지널로 제작된 이유도 이 시청층을 명확히 겨냥한 전략으로 보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로맨스의 절댓값 어디서 볼 수 있나요?
A.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시리즈로, 쿠팡플레이 앱 또는 웹사이트에서 시청할 수 있습니다. 매주 금요일 저녁 8시에 새 화가 공개되며, 쿠팡플레이 유료 구독이 필요합니다.
Q. BL을 모르면 드라마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나요?
A.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드라마 안에서 집착광공, 후회공 같은 BL 장르 용어를 직접 설명해 주기 때문에 장르를 처음 접하는 시청자도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 있습니다. 오히려 그 설명 장면 자체가 코미디 포인트 중 하나입니다.
Q. 로맨스의 절댓값, 몇 화까지 나왔나요?
A. 제가 본 시점 기준으로는 1화부터 6화까지 공개되어 있었습니다. 이후 화수는 매주 금요일 추가 공개되니 쿠팡플레이에서 최신 화수를 직접 확인하시는 게 가장 정확합니다.
Q. 수위가 어느 정도인가요? 청소년이 봐도 괜찮나요?
A. 드라마 자체는 15금 미만으로 분류되어 있으며, 자극적인 스킨십 장면은 없습니다. 극 속에서도 "15금도 아니에요, 소프트입니다"라는 대사가 직접 나올 만큼 가볍고 유쾌한 톤을 유지합니다. 하이틴 코미디 드라마를 좋아하신다면 부담 없이 보셔도 됩니다.
Q. 웹소설 창작에 관심 있는 사람이 봐도 재미있을까요?
A. 오히려 이쪽에 관심 있는 분들이 더 재미있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연참(연달아 올리기), 챌린지 란, 조회수 변화 같은 웹소설 플랫폼의 생리가 꽤 사실적으로 묘사됩니다. 제가 보기엔 창작자들이 공감할 포인트가 로맨스 팬만큼이나 많습니다.
결론
《로맨스의 절댓값》을 다 보고 나서 가장 오래 남은 건 로맨스가 아니었습니다. "아무도 안 보는 소설을 계속 쓰는 사람"의 이야기였습니다. 악플조차 없는 작품을 들고 혼자 연재를 이어가다가, 어느 날 갑자기 조회수가 2가 되어 설레는 그 감각. 제 경험상 그 감각을 한 번이라도 맛본 사람은 절대 쉽게 손을 놓지 못합니다.
드라마는 그 집착을 비웃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집착이 현실의 재미없는 날들을 버티게 해주는 힘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상상하는 능력이 현실을 도망치는 수단이 아니라, 현실을 조금 더 재미있게 살아가기 위한 능력이라는 시각. 저는 거기서 이 드라마의 진심을 봤습니다.
하이틴 코미디를 좋아하신다면, 혹은 창작이라는 행위에 조금이라도 공감하신다면 한 번쯤 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가볍게 웃다가 어느 순간 찔리는 드라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