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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학교물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고 청소년관람불가인 컨텐츠를 좋아하지도 않아서 약한영웅 Class 1이 처음 나와서 화제가 되었을 때에도 보지 않았습니다요. 하지만 시즌 2 소식이 들리고 넷플릭스에 풀리고 나서야 뒤늦게 봤는데, 보고 나서 든 생각은 "왜 그때 안 봤지?"가 아니라 오히려 "이게 그렇게까지 난리 칠 작품인가?"였습니다. 좋았던 건 분명히 있는데, 아쉬운 것도 분명히 있었거든요. 그 두 가지를 같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배경과 캐릭터
약한영웅 Class 1은 2022년 웨이브 오리지널로 공개된 8부작 드라마입니다. 네이버 웹툰 원작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시즌 2 방영 소식과 함께 넷플릭스에 시즌 1이 공개되면서 다시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성공한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는 말이 있는데, 저는 뒤늦게 그 이유를 확인하러 간 셈이었습니다.
배경은 고등학교입니다. 19세 이상 관람가로 욕설, 폭력, 마약 등 수위가 높은 장면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인공 연시은은 전교 1등이지만 몸이 작고 왜소합니다. 여기서 이 드라마가 다른 학원물과 다른 점이 나옵니다. 연시은은 싸움을 '잘한다'기보다 지능적으로 합니다. 전투 중에 주변 사물을 빠르게 파악하고, 물리적 원리를 계산해 상대의 약점을 찾아냅니다. 이른바 '지능캐(지능형 캐릭터)'입니다. 여기서 지능캐란, 신체 능력보다 두뇌와 상황 판단으로 위기를 헤쳐 나가는 캐릭터 유형을 말합니다. 학원물에서 보기 드문 설정이라 초반부터 눈길이 갔습니다.
세 명의 주요 인물이 중심축을 이룹니다. 연시은 역의 박지훈, 싸움 잘하고 정의로운 안수호 역의 최현욱, 전학생 오범석 역의 홍경입니다. 드라마를 다 보고 난 뒤 이 캐릭터들의 조합이 절묘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각자가 다른 결핍을 갖고 있고, 그 결핍이 관계 안에서 충돌하기 때문입니다. 아래에 세 인물의 특징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연시은: 전교 1등, 왜소한 체형, 지능적 전투, 부모 기대로 인한 내적 압박
- 안수호: 싸움 최강, 약자 보호, 성실한 생활,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환경
- 오범석: 전학생, 이전 학교 학폭 피해자, 국회의원의 입양 아들, 복잡한 자격지심
배우들의 연기력
제가 직접 보면서 예상 밖이었던 건 박지훈의 연기였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아이돌 출신 배우에 대한 편견이 없었다고 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연시은이라는 캐릭터를 보는 내내 그 편견이 무너졌습니다. 작은 체형과 곱상한 외모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극도로 날이 선 표정, 억눌린 분노가 폭발하는 순간의 연기가 생각보다 훨씬 섬세했습니다. 알고 보니 아역 배우 출신이더군요. 그제야 납득이 됐습니다.
여기서 '아이돌 출신 배우의 연기력'이라는 표현이 자주 나오는데, 이건 단순히 춤과 노래를 잘 한다는 의미의 아이돌이 드라마에서도 잘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연시은 같은 캐릭터는 특정 체형과 분위기가 맞아야 성립하는 캐릭터입니다. 덩치가 크면 '약한 영웅'이라는 설정 자체가 무너지고, 분위기가 유해 보이면 안 됩니다. 박지훈이 아니면 이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당장 떠오르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는데, 저는 그 말에 어느 정도 동의합니다.
최현욱의 안수호는 정의로운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소화했고, 홍경의 오범석은 가장 입체적인 인물이었습니다. 오범석은 중반 이후 급격하게 변하는데, 피해 의식과 자격지심, 그리고 국회의원 아버지의 이미지 정치에 이용당하는 입양아라는 복합적인 배경이 한꺼번에 폭발합니다. 이 장면에서 홍경의 연기는 제 경험상 이 드라마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습니다. 여기에 빌런 역할인 나철 배우의 얄미운 연기, 중간중간 등장하는 김성균의 무게감 있는 아버지 역할까지 더해지면서 전체 배우진의 균형이 잘 맞습니다. 나철 배우는 2023년에 별세하셨는데, 이 작품에서의 연기가 더욱 오래 기억될 것 같습니다.
드라마 평론가들 사이에서도 학원물의 완성도는 주연 배우의 몰입도에 크게 좌우된다는 시각이 있는데(출처: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영화 동향 보고서), 약한영웅 Class 1은 그 기준에서 보더라도 배우진이 드라마를 실질적으로 끌고 간 케이스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시즌 2 전망
다 보고 나서 드는 생각을 솔직하게 정리하면, 이 드라마를 말죽거리 잔혹사, 파수꾼, 싸움의 기술을 적절하게 섞어놓은 느낌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남학생들 사이의 서열과 미묘한 균열은 파수꾼의 결이고, 학원 재단 시스템에 대한 비판은 말죽거리 잔혹사의 결이고, 주인공의 전투 방식은 싸움의 기술을 닮았습니다. 각각의 장점을 가져온 건데, 문제는 그 섞임이 항상 매끄럽지는 않다는 점입니다.
초반부는 신선하고 몰입도가 높습니다. 그런데 중반 이후 조폭 조직이 개입하고 국회의원 비서가 등장하면서 톤이 흔들립니다. 여기서 톤의 일관성(tone consistency)이란,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는 분위기와 리얼리티의 수준이 유지되는 정도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현실적으로 가다가 갑자기 만화적 설정이 튀어나오면 몰입이 깨진다는 뜻입니다. 조폭들이 경찰 사이렌을 휴대폰 소리에 속아 도망가는 장면은 제 경험상 이 드라마에서 가장 몰입이 깨졌던 순간이었습니다. 솔직히 저는 그 장면에서 잠깐 멈췄습니다.
그럼에도 시즌 2를 기대하는 이유는 있습니다. 시즌 1 마지막에 연시은이 새로운 학교로 전학을 가면서 마무리됩니다. 설정을 리셋하고 새로운 환경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구조는, 잘만 하면 시즌 1의 아쉬운 부분을 보완할 기회가 됩니다. 실제로 국내 OTT 콘텐츠의 시즌제 전략은 점점 정교해지고 있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OTT 오리지널 시리즈의 시즌 연속 제작 비율은 2021년 대비 2023년 기준으로 약 2.4배 증가했습니다(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이 흐름에서 약한영웅 시즌 2는 넷플릭스 글로벌 유통까지 더해진 만큼 제작 규모나 완성도 면에서 시즌 1보다 올라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시즌 2가 오히려 캐릭터의 신선함을 희석시킬 수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연시은이라는 캐릭터는 약자처럼 보이지만 강한 인물이라는 아이러니에서 매력이 나오는데, 시즌이 거듭될수록 그 아이러니가 당연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부분이 시즌 2의 가장 큰 도전 과제일 것으로 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약한영웅 Class 1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나요?
A. 네, 현재 넷플릭스에서 시즌 1 전편을 볼 수 있습니다. 원래는 웨이브 오리지널 단독 작품이었는데, 시즌 2 공개를 앞두고 넷플릭스에도 풀렸습니다. 웨이브에서도 당연히 볼 수 있으니 두 플랫폼 모두 선택지가 됩니다.
Q. 약한영웅 원작 웹툰이랑 드라마 많이 다른가요?
A. 원작은 네이버 웹툰 '약한영웅'입니다. 드라마는 웹툰의 캐릭터와 기본 설정을 가져오되 영상에 맞게 각색한 부분이 있습니다. 원작을 먼저 읽은 분들 중에는 드라마의 연출 방식을 높이 평가하는 시각도 있고, 일부 장면의 만화적 과장이 영상으로 옮겨졌을 때 어색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저는 원작을 읽지 않고 드라마만 봤는데, 그 상태에서도 이야기 흐름을 따라가는 데는 전혀 문제없었습니다.
Q. 약한영웅 박지훈 연기 어떤가요? 아이돌 출신이라 걱정되는데요.
A. 저도 처음엔 같은 걱정을 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보면 그 걱정이 꽤 빨리 사라집니다. 박지훈은 아역 배우 출신이기도 하고, 연시은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박지훈의 외형적 특징과 잘 맞습니다. 억눌린 분노와 냉정함을 동시에 표현하는 장면들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이돌 출신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보기보다는 그냥 한 번 첫 화만 보시는 걸 권합니다.
Q. 학교폭력 장면이 너무 심하지 않나요? 보기 불편할 것 같아서요.
A. 19세 이상 관람가인 만큼 수위가 높은 건 사실입니다. 폭력 장면, 욕설, 마약 관련 묘사가 있습니다. 다만 자극을 위해 폭력을 소비하는 방식은 아니고, 인물들의 심리와 상황을 묘사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시각이 많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불쾌하기보다는 불편한 현실을 직면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자극적인 장면에 민감하신 분이라면 첫 화를 보고 판단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결론
약한영웅 Class 1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캐릭터는 신선하고 연기는 좋은데 이야기의 골격 자체는 새롭지 않은 드라마입니다. 저는 이 드라마를 B 티어로 평가합니다. 재미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웬만한 학원물보다는 분명히 낫고, 특히 배우들의 연기에서 얻는 만족감이 있습니다. 다만 일부에서 기대하는 것처럼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를 보여주는 작품이냐고 물으면, 그 정도는 아니라는 게 제 솔직한 판단입니다.
시즌 2가 나오기 전에 시즌 1을 아직 보지 않으셨다면, 지금 보시는 게 좋습니다. 서사의 맥락을 알고 시즌 2를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을 테니까요. 연시은이 다음 학교에서 어떤 방식으로 다시 시작하는지, 시즌 2가 시즌 1의 아쉬운 점을 어떻게 메우는지 지켜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