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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의 찬미(이중 잣대, 실화 각색, 감상)

tigermorning 2026. 7. 12. 05:27

목차


    드라마 '사의 찬미' 포스터

     

     

    드라마를 다 보고 나서도 한동안 멍하게 있었습니다. 감동적이라고 느낀 게 아니라, 정확히 무엇을 느꼈는지 스스로도 정리가 안 됐기 때문입니다. 《사의 찬미》는 천재 극작가 김우진과 조선 최초의 소프라노 윤심덕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입니다. 두 사람의 사랑이 아름답게 그려질수록, 저는 자꾸만 '그래도 이건 불륜인데'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 불편한 마음을 솔직하게 풀어봤습니다.



    천재와 도덕의 이중 잣대

    솔직히 말하면, 저는 드라마를 보는 내내 두 가지 감정이 충돌했습니다. 한쪽에서는 두 사람이 안타깝고, 다른 한쪽에서는 '그래도 이건 불륜이잖아'라는 생각이 계속 올라왔습니다. 김우진은 유부남이었고, 그 사실을 숨긴 채 윤심덕에게 가까워졌습니다. 드라마 안에서 그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원치 않는 결혼을 했고, 글을 쓰지 못하는 삶에 숨이 막혀 있었습니다. 그 맥락이 충분히 묘사되기 때문에, 보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그를 이해하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제가 가장 불편하게 느낀 지점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능력 있는 예술가의 선택에 유난히 관대하다는 사실입니다. 김우진과 윤심덕이 '천재'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이탈이 낭만적으로 포장되는 측면이 분명히 있습니다. 평범한 인물이었다면 같은 서사가 이렇게 아름답게 받아들여졌을까요? 저는 그 질문에 쉽게 고개를 끄덕이지 못했습니다.

    동시에, 예술가는 원래 사회의 금기를 흔드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방가르드(avant-garde)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여기서 아방가르드란 기존의 사회 질서와 예술 관습에 저항하며 새로운 경계를 탐색하는 예술적 태도를 의미합니다. 1920년대 동경 유학생 사회에서 신극(新劇) 운동을 이끌던 김우진이 바로 그런 존재였습니다. 신극이란 당시 조선에 없던 서양식 근대 연극을 의미하며, 일제 강점기라는 억압 속에서 조선인의 정신을 무대로 살려내려는 시도였습니다. 그 맥락에서 보면 그의 삶 전체가 하나의 저항이었고, 그 저항이 개인의 선택과 뒤엉킨 것이 바로 이 이야기의 본질이었습니다.

    • 김우진: 와세다 대학 영문과 출신의 극작가, 조선 신극 운동의 선구자
    • 윤심덕: 우에노 음악학교 성악과 출신, 조선 최초의 소프라노이자 《사의 찬미》 작사·녹음자
    • 두 사람의 죽음: 1926년 관부연락선 투신, 유서와 시신 모두 발견되지 않아 지금까지 미스터리로 남음
    요약: 천재 예술가라는 배경이 불륜이라는 사실을 낭만적으로 포장하게 만들고, 그 이중 잣대가 드라마를 보는 내내 마음을 불편하게 했습니다.

     

    실화 각색

    저는 원래 실화를 다룬 작품을 볼 때 각색의 범위에 민감한 편입니다. 작은 각색 하나가 시간이 지나면 대중에게 진실처럼 기억되는 경우를 여러 번 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드라마를 보면서도 계속 한 가지 질문을 붙들고 있었습니다. "지금 이 장면이 실제로 있었던 일일까, 아니면 만들어진 이야기일까?"

    당시 기록은 극히 단편적입니다. 1926년 신문 기사에 따르면, 부산으로 향하던 관부연락선에서 새벽 4시경 여성 한 명과 중년 신사 한 명이 서로 껴안고 갑판에서 바다에 몸을 던졌다는 내용이 전부입니다(출처: 국립중앙도서관 디지털 아카이브). 승객 명부에는 '김수산', '윤수선'이라는 가명이 있었고, 이후에 김우진과 윤심덕으로 밝혀졌습니다. 유서도 없고 시신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공백이 많은 이야기를 드라마로 만들려면, 어쩔 수 없이 픽션(fiction)이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픽션이란 역사적 공백을 채우기 위해 창작된 허구의 서사를 의미합니다. 드라마에서 두 사람이 처음 만나는 장면, 편지를 주고받는 장면, 갑판 위에서 마지막 춤을 추는 장면 — 이 모든 것이 상상의 영역입니다. 제가 직접 이 드라마를 보면서 느낀 건, 그 상상이 꽤 정교하고 설득력 있게 그려졌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바로 그 설득력 때문에 더 조심스럽기도 했습니다. 너무 그럴듯하면 관객은 그걸 사실로 받아들이게 되니까요.

    한편으로는 이 드라마가 아리시마 다케오(有島武郎)를 중요한 매개체로 등장시킨 방식은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리시마 다케오는 실제로 1923년 연인과 동반 자살한 일본의 소설가입니다(출처: 일본 국립국회도서관). 드라마 초반에 심덕이 그의 선택을 이해하지 못하다가, 점점 현실의 벽에 부딪히면서 비로소 그 마음을 이해하게 되는 구조는 두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평행이론처럼 연결한 꽤 탄탄한 서사적 장치였습니다.

    요약: 기록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두 인물의 이야기인 만큼 각색은 불가피하지만, 그 설득력 있는 픽션이 오히려 역사적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계속 조심스러웠습니다.

     

    감상

    드라마가 끝나고 나서도 한동안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이 감정이 뭔지 스스로 생각해 봤는데, 결국 정답을 낼 수 없는 이야기였기 때문인 것 같았습니다. 두 사람이 정말 서로 사랑했는지, 그 죽음이 낭만적 동반 자살이었는지 아니면 전혀 다른 이유가 있었는지 —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제가 이 드라마에서 가장 마음에 걸렸던 부분도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윤심덕이라는 인물이 조선 최초의 소프라노로 음악사에서 가지는 의미는 분명히 있는데, 이 드라마를 통해 그녀가 대중에게 어떻게 기억될지는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이 작품을 비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종류의 드라마는 대중이 역사에 관심을 갖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통로가 되기도 합니다. 실제로 저도 이 드라마를 보고 나서 처음으로 윤심덕의 실제 음반 기록과 김우진의 희곡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문득 정말 1920년대로 돌아가서 이 두 사람이 어떤 표정으로 살았는지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그건 이 드라마가 준 가장 큰 선물이었습니다.

    이 드라마는 역사적 사실을 전달하는 다큐멘터리가 아닙니다. 기록 사이의 빈칸을 상상으로 메우며 '만약 그들이 정말 이런 마음이었다면'이라는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그 질문이 불편하면서도 계속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저는 이 드라마가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약: 실존 인물을 다룬 드라마는 사실의 공백을 상상으로 채울 수밖에 없고, 그 상상이 대중의 기억에 사실처럼 자리잡는다는 점이 가장 조심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드라마 《사의 찬미》는 실화인가요?

    A. 실화를 바탕으로 하지만, 대부분은 창작된 서사입니다. 두 사람이 1926년 관부연락선에서 함께 투신했다는 사실 자체는 당시 신문 기사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어떻게 만났는지, 어떤 감정을 주고받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기록은 거의 남아 있지 않아, 드라마의 대부분은 상상으로 채워졌습니다.

     

    Q. 《사의 찬미》 노래는 윤심덕이 직접 만든 건가요?

    A. 작사는 윤심덕이 직접 했고, 곡은 루마니아 작곡가 이바노비치의 《다뉴브강의 잔물결》 선율을 그대로 가져온 것입니다. 윤심덕이 레코드사 측에 한국어 녹음을 별도로 요청해 취입한 곡으로, 일본에서 발매된 최초의 조선어 대중가요로 기록됩니다. 저도 드라마를 보고 나서야 이 곡의 배경을 제대로 알게 됐습니다.

     

    Q. 김우진은 정말 유부남이었나요?

    A. 역사적 기록상 김우진은 결혼한 상태였습니다. 전남 목포 출신의 부유한 가문 장남으로, 부모의 뜻에 따라 결혼했지만 문학가로서의 삶과 현실 사이에서 오랫동안 갈등했다는 것이 후대 연구자들의 평가입니다. 다만 그 감정의 구체적인 내용은 드라마의 각색이 상당 부분을 차지합니다.

     

    Q. 드라마에 등장하는 아리시마 다케오는 실존 인물인가요?

    A. 실존 인물입니다. 아리시마 다케오(有島武郎)는 일본의 소설가로, 1923년 잡지 기자였던 연인 하타노 아키코와 함께 동반 자살한 사건으로 당시 큰 충격을 줬습니다. 드라마에서는 두 주인공이 점점 그의 선택을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통해, 실존 인물 간의 평행 구조를 서사적 장치로 활용했습니다.

     

    Q. 이종석이 노개런티로 출연했다는 게 사실인가요?

    A. 맞습니다. 이종석은 이 작품을 선택하면서 《당신이 잠든 사이에》에서 함께 했던 박수진 PD와의 인연도 있었고, 단막극 활성화를 위해 노개런티로 출연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짧은 단막극 형식임에도 밀도 있는 연기를 보여줬습니다.

     

    결론

    《사의 찬미》를 보고 나서 제가 내린 결론은 하나입니다. 이 드라마는 감동을 주기 위한 작품이라기보다, 불편한 질문을 남기기 위한 작품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불륜이라는 사실, 각색으로 채워진 공백 — 이것들을 불편하게 느끼면서도 끝까지 봤고, 다 보고 나서도 두 사람이 어떤 사람들이었는지 더 알고 싶어졌습니다. 그게 이 드라마가 가진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관심이 생기셨다면, 실제 윤심덕의 《사의 찬미》 음원을 한 번 들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드라마를 보기 전에 듣는 것과 후에 듣는 것이 전혀 다르게 느껴질 겁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김우진이 남긴 희곡 작품도 찾아보시면, 드라마가 어디까지를 사실에 근거했는지 조금 더 직접 느껴보실 수 있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1SDYA2Ab1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