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카테고리 없음

W (세계관, 메타서사, 추천 이유, Q&A, 결론)

tigermorning 2026. 7. 13. 17:47

목차


    미니시리즈 'W' 포스터

    시가총액 1조 5천억 원짜리 기업의 대표가 알고 보니 만화 속 캐릭터였다면 어떨까요? 2016년 MBC에서 방영된 〈W (더블유)〉는 그 말도 안 되는 전제를 진지하게 밀어붙인 드라마입니다. 저는 이 드라마를 처음 봤을 때 "웹툰 캐릭터가 현실 작가한테 따지러 나온다"는 설정 하나에 완전히 넘어갔습니다.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오가는 메타서사(meta-narrative) 구조, 쉽게 말해 이야기 속에서 이야기 자체의 존재를 의심하는 방식이 드라마 전체를 관통합니다. 이게 그냥 판타지 로맨스가 아니었습니다.



    세계관

    〈W〉의 배경은 두 개의 층위로 나뉩니다. 하나는 우리가 사는 현실, 다른 하나는 그 현실의 웹툰 작가가 그려낸 만화 세계입니다. 주인공 강철은 1987년 서울을 배경으로 한 웹툰 속 인물로, JN 글로벌의 공동대표이자 개인 자산 8천억 원의 슈퍼 갑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이라는 화려한 과거까지 갖췄지만, 가족이 몰살당하고 살인 용의자로 몰리며 인생이 완전히 뒤집힙니다.

    여기서 드라마가 흥미로워지는 지점은 강철이 단순한 "억울한 주인공"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는 자신이 만화 속 존재임을 자각합니다. 이 자각이 드라마의 핵심 장치, 즉 자기 지시성(self-referentiality)을 발동시킵니다. 자기 지시성이란 작품이 자기 자신을 소재로 삼아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의도적으로 흐리는 서사 기법을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판타지 드라마는 현실에서 판타지 세계로 넘어가는 일방향 구조라고 알려져 있지만, 〈W〉는 반대 방향도 동시에 작동합니다. 만화 속 강철이 현실 세계로 나오고, 현실의 오연주가 만화 속으로 끌려 들어가면서 두 세계가 서로를 잠식합니다.

    강철이 처음으로 시간이 정지된 세계에서 홀로 살아남는 장면의 연출 밀도가 꽤 높습니다. 오직 자각한 자만이 멈춘 세계에서 움직일 수 있다는 설정은 마치 형벌처럼 묘사됩니다. 그 장면이 메타서사 구조 안에서 얼마나 잔인한 설정인지는 나중에 작가 대면 장면에서야 제대로 터집니다.

    • 강철: 올림픽 금메달 → 가족 몰살 → 살인 용의자 → 1심 사형, 2심 무기징역 → 대법원 무죄
    • 두 세계 구조: 현실(웹툰 작가의 세계) ↔ 웹툰(강철의 세계)가 양방향으로 충돌
    • 핵심 서사 장치: 등장인물이 자신의 허구성을 자각하는 메타서사 기법
    • 강철의 개인 자산 8천억 원, JN 글로벌 시가총액 1조 5천억 원이라는 구체적 설정으로 세계관에 현실감 부여
    요약: 〈W〉의 세계관은 판타지와 현실을 일방향이 아닌 양방향으로 연결하며, 캐릭터가 자신의 허구성을 자각하는 메타서사 기법이 드라마 전체의 핵심 축을 이룹니다.

     

    메타서사

    드라마 중후반, 강철이 자신을 창조한 작가에게 직접 대면하는 장면은 제가 본 한국 드라마 중 가장 인상적인 독백 중 하나입니다. "돈, 명예, 성공, 다 맛보니까 이제 내가 필요 없어져서 나를 만들고 나를 괴롭히고 내 인생을 롤러코스터 태워서 당신은 그걸로 성공하고 명예를 얻었지." 이 대사는 단순히 극적 긴장감을 높이는 장치가 아닙니다. 창작자와 창작물 사이의 권력관계를 정면으로 건드립니다.

    창작 윤리(creative ethics)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여기서 창작 윤리란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 그 이야기 속 인물에게 지는 도덕적 책임, 즉 독자의 감정 착취나 캐릭터에 대한 폭력적 서사를 정당화하는 방식에 대한 성찰을 의미합니다. 〈W〉는 이 개념을 대중 드라마 문법 안에서 꽤 구체적으로 건드립니다. 강철의 자유 의지는 설정값이고, 그의 고통은 작가의 성공을 위해 설계되었다는 구조는 불편할 만큼 솔직합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로맨스 판타지 드라마는 세계관 설정을 로맨스의 배경으로만 사용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W〉의 중반부는 그 설정 자체가 주제가 됩니다. 웹툰이라는 매체를 단순 소재로 쓴 것이 아니라, 서사 구조 안에 직접 끌어들인 겁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의 2016년 드라마 트렌드 보고서에서도 해당 연도 판타지 장르 드라마 중 〈W〉를 메타서사 활용의 사례로 언급한 바 있습니다(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물론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만, 후반부에 이르면 두 세계의 규칙이 자꾸 바뀌면서 내러티브 일관성(narrative consistency), 즉 작품 내에서 설정된 세계의 규칙이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유지되는 정도가 흔들립니다. 시청자 입장에서 "지금 이게 어느 세계 규칙 적용받는 거지?"라는 혼란이 생기는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 혼란마저도 "원래 이야기란 이렇게 불안정한 것"이라는 메시지로 읽힌다면, 그것도 의도적 설계일 수 있습니다.

    요약: 〈W〉의 메타서사는 창작자와 등장인물 간 권력 관계를 정면으로 다루며, 웹툰 소재를 단순 배경이 아닌 서사의 핵심 주제로 끌어올린 것이 이 작품의 진짜 차별점입니다.

     

    추천 이유

    지금은 메타 판타지나 다중 세계관을 다루는 드라마가 꽤 많습니다. 그 흔해진 환경 속에서 〈W〉를 다시 봤을 때 제가 느낀 건 "역시 원조"라는 감각이었습니다. 2016년 당시 OTT(Over-the-Top) 플랫폼, 쉽게 말해 넷플릭스나 왓챠처럼 인터넷으로 영상을 스트리밍하는 서비스들이 국내에 본격 확산되기 직전이었는데도, 〈W〉는 웹툰이라는 디지털 매체를 드라마의 정체성으로 삼았습니다. 타이밍 자체가 절묘했습니다.

    제가 〈W〉를 보면서 실실 웃었던 건 순전히 두 주인공 때문이었습니다. 로맨스를 딱히 즐기는 편이 아닌데도, 이 드라마는 예외였습니다. 웹툰 속에서 걸어 나온 것 같은 비주얼과 두 배우의 케미스트리(chemistry), 즉 화면 속 두 사람 사이에서 느껴지는 감정적 시너지가 세계관 몰입도를 끌어올립니다. 분위기가 너무 잘 맞아서 "이 둘은 진짜 만화에서 나온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습니다.

    웹툰 원작 드라마의 성공 공식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W〉는 원작 IP(Intellectual Property), 즉 지식재산권 기반 콘텐츠를 단순히 영상으로 옮기는 방식이 아니라 그 IP 자체를 서사 구조 안으로 가져온 사례입니다. 이후 쏟아진 웹툰 원작 드라마들이 원작 재현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W〉의 접근 방식은 여전히 독보적입니다. 실제로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KDPA)의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이후 웹툰 원작 드라마 편수는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그 출발점에서 〈W〉가 보여준 가능성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있습니다(출처: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처음 보는 분에게는 1화의 속도감이 압도적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설정을 설명하지 않고 바로 던져버리는 방식입니다. 그 편이 훨씬 낫습니다. 이 드라마는 설명을 들어서 이해하는 작품이 아니라, 화면을 보면서 감각으로 받아들이는 쪽이 맞습니다.

    요약: 〈W〉는 메타서사 구조, 두 배우의 케미스트리, 웹툰 IP를 서사 도구로 삼은 독창적 접근이 지금 봐도 유효한 이유이며, 웹툰 원작 드라마 계보의 실질적 출발점 중 하나입니다.

     

    Q&A

    Q. 〈W〉 드라마 원작이 따로 있나요?

    A. 따로 웹툰 원작이 있는 게 아니라, 드라마 자체가 웹툰이라는 매체를 서사 안으로 끌어들인 오리지널 시나리오입니다. 극 중에 등장하는 웹툰 〈W〉는 드라마를 위해 창작된 가상의 작품입니다. 일반적으로 웹툰 원작 드라마라고 알려진 경우와 다르게, 이 경우는 웹툰이 소재이자 서사 장치 자체입니다.

     

    Q. 〈W〉 후반부가 어렵다는 말이 많던데, 실제로 그런가요?

    A. 솔직히 맞습니다. 두 세계 사이의 규칙이 중반 이후 자주 변경되면서 내러티브 일관성이 다소 흔들리는 구간이 있습니다. 제 경험상 그 부분에서 "지금 이 장면이 어느 세계 기준인지" 헷갈리는 순간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그 복잡함이 드라마의 주제, 즉 이야기 자체의 불안정성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의도된 혼란으로 읽힙니다.

     

    Q. 로맨스가 주된 드라마인가요, 스릴러가 주된 드라마인가요?

    A. 두 가지가 꽤 균형 있게 섞여 있습니다. 가족 몰살, 살인 용의자, 법정 공방이라는 스릴러 뼈대 위에 두 세계를 오가는 로맨스가 얹혀 있는 구조입니다. 저처럼 로맨스를 딱히 즐기지 않는 사람도 두 주인공 케미스트리 때문에 자연스럽게 빠져들 만큼 균형이 잘 잡혀 있습니다.

     

    Q. 지금 어디서 볼 수 있나요?

    A. OTT 서비스별 제공 여부는 시기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현재 시점에서는 각 플랫폼에서 직접 검색해 확인하시는 편이 정확합니다. 웨이브, 왓챠, 네이버 시리즈온 등 국내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순환 편성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론

    〈W〉는 "창작자가 캐릭터에게 무엇을 빚지는가"라는 질문을 로맨스 판타지 문법으로 풀어낸 드라마입니다. 메타서사, 자기지시성, 내러티브 일관성, 창작 윤리 같은 개념들이 자연스럽게 작동하면서도 시청자 입장에서는 그냥 재밌고 두근거리는 드라마로 소비됩니다. 그 지점이 이 작품의 진짜 실력입니다.

    후반부 설정의 흔들림이 아쉬운 건 사실이지만, 그 아쉬움을 감안하고도 추천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메타 판타지 드라마를 처음 접하는 분이라면 〈W〉부터 시작하는 것이 맞고, 이미 본 분이라면 강철의 작가 대면 독백 장면만 다시 한번 돌려보시기를 권합니다. 그 대사의 무게는 볼 때마다 달라집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UcI0Qi1Ke0Q&t=50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