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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매력 (현실 연애, 시간의 매력, 연애관)

tigermorning 2026. 9. 7. 18:59

목차


    드라마 '제3의 매력' 포스터

    스무 살 때 끌렸던 사람 유형과 지금 끌리는 사람 유형이 완전히 달라진 경험,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 저는 그 변화를 드라마 한 편을 보면서 다시 선명하게 떠올렸습니다. 2018년 JTBC에서 방영된 《제3의 매력》은 12년에 걸친 두 남녀의 이야기를 통해 "왜 같은 사람이 어떤 시기에는 안 보이다가 나중에야 보이는가"를 묻는 작품입니다.

    첫눈에 반하지 않는 연애가 더 현실적인 이유

    로맨스 드라마를 이야기할 때 자주 등장하는 개념이 '첫인상 효과'입니다. 첫인상 효과란 처음 만난 순간의 인상이 이후 관계 전반에 걸쳐 강하게 작용하는 심리 현상을 말합니다. 대부분의 로코 드라마가 이 첫인상 효과에 기댑니다. 첫 만남에서 강렬하게 끌리고, 그 감정이 사랑으로 발전하는 구조죠.

    그런데 《제3의 매력》은 그 공식을 따르지 않습니다. 온준영과 이영제의 첫 만남은 사실 '끌림'보다 '충돌'에 가깝습니다. 저도 처음 이 드라마를 볼 때는 "이게 언제 로맨스가 되나?" 싶었는데, 그게 오히려 이 드라마의 핵심이었습니다.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오히려 첫눈에 반하지 않는 드라마가 더 리얼하다고 봅니다. 현실에서도 나중에 돌아보면 "어, 저 사람 이렇게 좋은 사람이었나?" 싶은 순간이 분명히 있으니까요. 제 경험상 스무 살 때 화려한 첫인상에 끌렸다가 6개월도 안 되어 실망했던 기억이 적지 않습니다. 반면 지금은 처음에 특별히 눈에 띄지 않았던 사람이 시간이 지나면서 훨씬 깊게 보이는 경우가 많아졌고요.

    이 드라마가 '첫 번째 매력, 두 번째 매력'을 지나 '세 번째 매력'을 제목으로 삼은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고 생각합니다.

    • 첫 번째 매력: 외모나 첫인상처럼 즉각적으로 읽히는 것
    • 두 번째 매력: 대화나 행동을 통해 드러나는 성격과 가치관
    • 세 번째 매력: 시간이 충분히 쌓인 다음에야 보이는, 그 사람만의 깊이

    세 번째 매력은 기다려야 보입니다. 그리고 보일 때쯤이면 이미 그 사람이 달라 보이게 됩니다.

    12년이라는 시간의 매력

    드라마 구성에서 '시간 압축'은 자주 쓰이는 서사 기법입니다. 시간 압축이란 긴 시간을 짧은 분량 안에 요약해서 보여주는 방식인데, 잘못 쓰면 감정이 설명에 그치고 맙니다. 《제3의 매력》이 특이한 점은 12년을 단순히 요약하지 않고, 스무 살의 봄, 스물일곱의 여름, 서른둘의 가을과 겨울로 나누어 각 시기마다 완전히 다른 톤으로 보여준다는 겁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느낀 건, 각 시기의 온준영과 이영제가 사실상 다른 사람처럼 느껴진다는 점이었습니다. 스무 살의 준영은 계획표에 살고, 스물일곱의 준영은 질투를 다루지 못하고, 서른둘의 준영은 비로소 상대방의 사정을 이해합니다. 이게 단순히 "사람이 성장했다"는 메시지가 아니라, "같은 사람도 어느 시기에 만나느냐에 따라 관계의 결과가 달라진다"는 이야기로 읽혔습니다.

    ~라는 의견도 있지만, 12년이라는 시간 자체가 부담스럽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솔직히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보면 오히려 그 긴 시간이 이 드라마를 다른 로코와 구별 짓는 가장 큰 무기입니다. 한 계절만 보여줬다면 절대 드러나지 않았을 두 사람의 진짜 면이, 시간이 쌓이면서 조금씩 표면 위로 올라옵니다.

    서사적 리얼리즘, 즉 현실의 시간 감각을 드라마 안에서도 살리려는 접근이 이 작품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봅니다. 서사적 리얼리즘이란 극적 과장보다 실제 삶의 흐름에 가까운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기법입니다. 이 드라마는 그걸 꽤 성실하게 해냈다고 생각합니다(출처: JTBC 드라마 공식 소개).

    연애관, 취향이 바뀐 게 아니라 내가 바뀐 것

    이 드라마를 보고 나서 가장 오래 생각한 건 준영과 영제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저 자신의 이야기였습니다. 스무 살 때 저는 화려하고, 말 잘하고, 처음 만나도 강한 인상을 남기는 사람이 좋았습니다. 지금은 그 기준이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같이 있을 때 숨이 편한 사람, 특별히 뭔가를 하지 않아도 그냥 옆에 있으면 되는 사람이 좋습니다.

    이걸 두고 "취향이 성숙해졌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보다 "내가 보려는 것이 달라졌다"는 표현이 더 맞는 것 같습니다. 취향이 바뀐 게 아니라, 제가 변한 거라는 쪽입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자기 개념의 변화와 연결 짓기도 합니다. 자기 개념이란 자신에 대해 스스로 형성하는 인식의 총체로, 나이와 경험이 쌓이면서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됩니다(출처: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내가 나 자신을 어떻게 보느냐가 달라지면, 타인을 보는 기준도 함께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제 경험상 이 변화를 가장 뚜렷하게 인식한 건 오래된 지인을 다시 만났을 때였습니다. 몇 년 전엔 그냥 평범하게 느껴졌던 사람이 지금은 굉장히 다르게 보이는 순간이 있었는데, 그게 그 사람이 변한 게 아니라 제 눈이 달라진 거라는 걸 그때 처음 실감했습니다.

    그래서 이 드라마가 던지는 질문이 결국 이겁니다. "지금 내가 끌리지 않는 사람이라도, 내가 아직 그 사람의 세 번째 매력을 못 본 것일 수 있지 않을까?"

    결국 《제3의 매력》은 사랑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자기 변화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지금 당장 끌리지 않는 것이 그 사람의 한계가 아니라 지금 내 시야의 한계일 수도 있다는 생각, 이 드라마를 보고 나면 한 번쯤 해보게 됩니다. 12년의 긴 호흡이 부담스럽게 느껴지더라도, 첫 두 에피소드만 보시면 그 리듬에 금방 익숙해지실 겁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NLnrXu67kd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