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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대단한 사건이 터지는 드라마도 아니고, 화려한 스케일도 없는데 왜 이렇게 손을 못 놓겠는지. 《만성》은 거짓말이 습관이 된 여자와 그 거짓말을 조용히 꿰뚫는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보다 보면 어느 순간 드라마 속 인물이 아니라 나 자신을 들여다보고 있는 느낌이 듭니다. 거짓말이 왜 나쁜 습관이 아니라 오래된 생존 방식일 수 있는지, 이 드라마를 보면서 처음으로 그 생각을 제대로 했습니다.
거짓말이 방어기제가 되는 순간
저도 처음엔 바이샤오둬를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만화 동아리를 지키겠다고 유명 만화가 '블랙'의 어시스턴트라고 거짓말을 하다니, 왜 저렇게까지 하나 싶었거든요. 그런데 몇 회를 더 보다 보니 그 거짓말이 단순한 꾀부리기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걸 방어기제(Defense Mechanism)라고 부릅니다. 방어기제란 불안이나 상처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는 심리적 반응을 의미합니다. 바이샤오둬의 거짓말은 나쁜 성격이 아니라, 오래된 트라우마가 만들어낸 생존 방식에 가까웠던 겁니다.
제가 직접 경험해 봤는데, 저도 누군가 "요즘 어때?"라고 물으면 반사적으로 "괜찮아요"라고 대답하는 편입니다. 하나도 괜찮지 않은 날도 마찬가지입니다. 설명하자니 길어지고, 상대에게 짐이 될까봐 그냥 넘겨버리는 거죠. 나중에 집에 돌아와서 '그냥 솔직하게 말할걸' 하고 후회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래서 바이샤오둬를 보면서 '이 사람 왜 저러지'가 아니라 '이 사람 나랑 비슷하네'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이런 감정이입이 가능한 캐릭터를 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행동만 보고 사람을 판단하면 놓치는 게 많다는 걸, 드라마를 다 보고 나서야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iQIYI 측에서도 이 작품을 "내면의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두 사람이 서로를 통해 조금씩 치유되는 이야기"로 소개하고 있는데(출처: iQIYI 공식 소개), 그 설명이 꽤 정확하다고 느꼈습니다.
- 바이샤오둬의 거짓말 — 악의가 아닌 트라우마에서 비롯된 방어기제
- 캐릭터의 행동 이면에 '보이지 않는 사정'이 깔려 있는 구조
- 시청자가 인물을 판단하기 전에 이해하게 만드는 섬세한 서사 전개
청춘 로맨스가 뻔하지 않으려면
2026년 들어 로맨스 드라마가 정말 많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야구 골두》처럼 의남매 간의 숙명적 감정선을 파고드는 작품도 있고, 《처녀성은 축구》처럼 스포츠와 로맨스를 결합해 경쾌한 에너지를 내는 작품도 있습니다. 각자의 방식으로 차별화를 꾀하는 거죠.
그중에서 《만성》이 제게 달랐던 이유는, 주인공들이 처음부터 서로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감정선의 전개 방식, 그러니까 로맨스 서사 구조가 상당히 현실적입니다.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 오해하고, 잘못 짚고, 그러다가 다시 알아가는 과정. 그게 실제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과 훨씬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만화라는 소재도 개인적으로 잘 맞았습니다. 저는 예쁜 노트를 사놓고 첫 장을 아까워서 오래 못 쓰는 이상한 버릇이 있습니다. "좀 더 제대로 써야지" 하다가 결국 한참 지나서야 아무렇게나 쓰기 시작하는 거죠. 드라마 속 인물들이 그림과 만화를 통해 마음을 조금씩 꺼내는 모습을 보면서 그 생각이 자꾸 겹쳤습니다. 잘 만들고 싶은 마음과 실제로 만들어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것, 화면 안 인물들도 그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었으니까요.
청춘 로맨스(Youth Romance)라는 장르 자체가 뻔해 보이는 이유는 공식을 그대로 따라가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청춘 로맨스란 성장기의 감정선과 관계의 변화를 중심에 놓은 드라마 장르를 가리킵니다. 《만성》은 그 공식 안에 머물면서도 인물의 내면을 좀 더 천천히,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그게 이 드라마를 다른 작품들과 구분 짓는 지점이라고 봅니다.
치유 서사,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드라마에서 상처 입은 인물이 사랑으로 치유된다는 서사는 사실 조심스럽게 봐야 하는 클리셰이기도 합니다. 현실에서는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해서 오래된 트라우마가 깔끔하게 해결되지는 않으니까요. 그 점에서 《만성》이 얼마나 설득력 있게 치유 서사를 그려내는지가 관건이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만성》은 두 사람이 서로를 '고쳐준다'는 느낌보다, 서로의 존재 덕분에 조금씩 용기를 내게 된다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끌고 갑니다. 치유 서사(Healing Narrative)란 상처를 가진 인물이 외부 관계나 경험을 통해 내면을 회복해 나가는 이야기 구조를 뜻합니다. 단순히 사랑이 모든 걸 해결한다는 방식이 아니라, 관계가 변화의 계기가 되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완벽한 인물들이 나오는 로맨스보다 이런 이야기가 저는 더 편합니다. 누구에게나 이상한 습관 하나쯤 있고, 숨기고 싶은 기억 하나쯤 있으니까요. 바이샤오둬의 거짓말을 보면서 '저 사람에게도 내가 모르는 이유가 있었겠지'라고 생각하게 됐고, 드라마를 다 보고 나서는 현실에서도 누군가를 조금 더 천천히 판단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우반(豆瓣, 중국의 대표적인 드라마·영화 평가 플랫폼)에서 비슷한 결의 치유 로맨스들이 꾸준히 높은 평점을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시청자들이 완벽한 판타지보다 '내가 이해받는 느낌'을 주는 이야기에 더 오래 머문다는 것, 《만성》은 그 지점을 꽤 잘 짚어낸 작품입니다(출처: 더우반 드라마 평점 페이지).
그래서 거창한 말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냥 어느 저녁에 밥 먹으면서 한 편 보고, 다음 날 또 한 편 보고, 등장인물들이 티격태격하는 모습에 혼자 웃었습니다. 그 정도의 즐거움으로도 충분히 볼 가치가 있는 드라마라고 생각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만성》 어디서 볼 수 있나요?
A. iQIYI에서 공식 서비스 중입니다. iQIYI 앱이나 웹사이트에서 제목을 검색하면 바로 찾을 수 있고, 자막 지원 여부는 지역에 따라 다를 수 있으니 확인 후 시청하시길 권합니다.
Q. 《만성》 장르가 무거운 편인가요, 가볍게 볼 수 있는 드라마인가요?
A. 트라우마나 거짓말이라는 소재가 등장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청춘 로맨스에 가깝습니다. 무겁게 짓누르는 느낌보다는, 밥 먹으면서 편하게 한 편씩 정주행하기 좋은 드라마입니다. 중간중간 유쾌한 장면도 충분히 있습니다.
Q. 중국 로맨스 드라마 처음 보는데 《만성》부터 시작해도 괜찮을까요?
A. 중드 입문작으로도 무리 없습니다. 궁중극이나 무협처럼 배경 지식이 필요한 장르가 아니라 현대 배경의 청춘 로맨스라 진입 장벽이 낮습니다. 캐릭터의 감정선이 비교적 직관적으로 전달되는 편이라 처음 보는 분도 빠르게 몰입할 수 있습니다.
Q. 비슷한 분위기의 다른 중국 드라마도 추천해 주실 수 있나요?
A. 치유 서사와 청춘 로맨스를 좋아하신다면, 2026년 방영작 중에서는 《이 시질에서》를 권하고 싶습니다. 위철명과 정합회자 주연으로 두 배우의 탄탄한 연기력과 설레는 로맨스 서사가 더우반 평점 7.0을 기록한 작품입니다. 제작 스케일이 크진 않지만 감정선이 탄탄해 《만성》을 좋아하셨다면 입맛에 맞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론
《만성》을 다 보고 나서 기억에 남은 건 사랑 이야기도, 만화도 아니었습니다. 사람에게는 겉으로 보이지 않는 사정이 하나씩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사정을 알게 되는 순간 전에는 이해할 수 없었던 사람을 조금 다르게 보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현실에서 누군가를 좀 더 천천히 판단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쉽지는 않겠지만요. 가벼운 저녁 한 편으로 시작해 보시길 권합니다. 생각보다 오래 머물게 될 드라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