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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가스인간》은 2025년 7월 2일 공개된 8부작 일본 드라마입니다. 연상호·류용재 작가가 각본을 쓰고 가타야마 신조 감독이 연출을 맡았습니다. 제목만 들었을 때는 솔직히 손이 잘 가지 않았는데, 아오이 유우가 출연한다는 걸 알고서야 재생 버튼을 눌렀습니다. 그리고 하루 만에 8편을 전부 다 봤습니다.
작품 정보
《가스인간》의 원작은 1960년 일본에서 제작된 SF 영화 《가스인간 제1호》입니다. 드라마는 그 원작에서 '가스로 변하는 인간'이라는 핵심 설정만 가져왔고, 스토리는 완전히 새로 쓰였습니다. 시작은 충격적입니다. 생방송 스튜디오에서 교수가 온몸의 구멍으로 가스를 흡입하더니 몸이 부풀어 오르고 폭발합니다. 고어(gore) 연출, 즉 신체 훼손을 직접적으로 묘사하는 방식이 초반부터 등장하는데, 저는 자극적이거나 선정적인 장면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 편이라 사실 조금 긴장하며 봤습니다. 그런데 이 첫 장면이 그냥 자극을 위한 연출이 아니라 이야기의 출발점으로 기능한다는 게 금방 느껴졌습니다.
이후 이야기는 미스터리 스릴러(mystery thriller) 형식으로 전개됩니다. 여기서 미스터리 스릴러란 범인이나 사건의 진상을 추적하면서 동시에 심리적 긴장감을 쌓아가는 장르를 말합니다. 가스인간은 스스로 방송국에 메시지를 남기고, '화이트 센터'라는 기관과 관련된 인물들을 차례로 제거하겠다고 선언합니다. 여기에 여기자 코노 코코(아오이 유우 분)와 근신 처분에서 복직한 형사 오카모토 켄지(오구리 슌 분)가 사건을 추적하는 구조가 맞물리면서 이야기가 굴러갑니다.
제가 이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2020년 코로나19 유행 시기였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누군가 기침만 해도 한 발짝 물러섰던 그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얼마나 사람을 공포에 빠뜨리는지 실감했었습니다. 가스인간의 '가스'라는 설정이 바로 그 감각을 건드렸습니다. 형체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더 무섭고, 어디서 어떻게 다가오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 장르적 긴장감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졌습니다.
주변 인물들도 인상적입니다. 인기 없는 호러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오빠 후지타(하야시 켄토 분)와 얼굴에 흉터를 지닌 채 히키코모리처럼 지내는 여동생 카오(히로세 스즈 분) 남매, 그리고 야쿠자 모리야 시토이(타케노우치 유타카 분)까지, 조연 한 명 한 명이 서사 안에서 제 역할을 합니다. 연출을 맡은 가타야마 신조 감독은 디즈니+ 시리즈 《간니발》을 통해 이미 장르적 연출력을 증명한 바 있으며, 봉준호 감독의 조감독 출신이기도 합니다(출처: Netflix 공식 작품 페이지).
- 공개일: 2025년 7월 2일 / 총 8부작 / 회당 약 40~50분
- 연출: 가타야마 신조 / 각본: 연상호 · 류용재
- 주연: 오구리 슌, 아오이 유우, 우치다 우타, 히로세 스즈, 하야시 켄토
- 관람 등급: 청소년 관람 불가
시청 후기
저는 2000년대에 일본 드라마를 정말 좋아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쉽게 찾기 어려운 독창적인 감성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2015년 이후로는 일본 드라마를 거의 보지 않게 됐습니다. '다음 화를 당장 보고 싶다'는 마음이 좀처럼 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스인간》을 보고 난 뒤의 감각이 오히려 낯설었습니다. 8편을 하루 만에 다 봤다는 사실 자체가, 오랫동안 일본 드라마에서 느끼지 못했던 무언가가 있었다는 뜻이니까요.
이 작품의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한국과 일본 제작진이 각자의 강점을 발휘하면서도 서로의 약점을 보완했다는 점입니다. 연상호·류용재 작가 특유의 사회적 음모론과 인간 군상 묘사는 살아 있으면서도, 작위성이 느껴지는 대사나 연출은 상당 부분 다듬어진 느낌이었습니다. 반대로 일본 드라마 특유의 과장된 연기나 B급 감성도 맥락 안에서 소화가 됐습니다. 특히 야쿠자가 등장하는 장면들은 한국 배경이었다면 다소 어색하게 느껴졌을 텐데, 일본이라는 공간 자체가 그 장면들을 자연스럽게 받아쳐 주는 느낌이었습니다.
가스인간 역할을 맡은 우치다 우타는 이 작품이 첫 연기 도전이었다고 합니다. 처음에 등장했을 때는 AI인지 로봇인지 헷갈릴 정도의 낯선 분위기를 갖고 있었는데, 이것이 프리퀄(prequel), 즉 히어로 탄생 이전의 이야기를 먼저 보여주는 구성 방식과 맞물려 효과적으로 작동했습니다. 쉽게 말해 이 드라마 전체가 '가스인간이라는 존재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를 보여주는 기원 서사입니다. 《배트맨 비긴즈》처럼, 히어로의 탄생을 따로 떼어 보여주는 그 구조 말입니다. 저는 이 틀이 꽤 설득력 있게 느껴졌습니다.
대학생 때 도쿄 신주쿠 골목을 혼자 걸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큰길에서 한 블록만 들어갔을 뿐인데 네온사인과 호스트바 간판이 빽빽하게 이어져 있었고, 현실과 비현실이 묘하게 섞인 공간처럼 느껴졌었습니다. 드라마 속 거리 풍경을 보다가 그때의 공기가 다시 떠올랐습니다. 그 감각이 이 작품의 분위기와 잘 어울렸습니다.
내러티브 아크(narrative arc), 즉 이야기의 발단부터 결말까지 전체 흐름을 설계하는 방식도 탄탄했습니다. 초반에 뿌려둔 복선들이 중후반에 하나씩 회수되면서 억지스러운 느낌 없이 마무리됐고, 전 연인 관계인 남녀 주인공의 감정선도 신파(melodrama)로 흐르지 않고 적절한 선을 지켰습니다. 여기서 신파란 감정을 과도하게 자극하는 과장된 감성 연출을 뜻하는데, 이 작품은 그 선을 넘지 않았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 — 한일 공동 제작 현황 자료).
중반 이후 가스인간의 탄생 비밀이 밝혀지는 장면에서는 감정적으로 올라오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억지로 눈물을 짜내는 방식이 아니라, 이야기를 다 알고 나서 다시 초반 장면을 떠올릴 때 비로소 여운이 밀려오는 방식이었습니다. 극 중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노래 '엘리 마일러브'가 그 역할을 담당하는데, 처음 들을 때와 이야기를 모두 알고 들을 때의 감각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서사(narrative)가 음악에 쌓이는 경험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Q&A
Q. 가스인간, 일본 드라마 처음 보는데 따라가기 어렵지 않나요?
A. 전혀 어렵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도입부가 워낙 강렬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으로 끌려 들어갑니다. 연상호·류용재 작가가 각본을 썼기 때문인지, 한국 시청자에게 익숙한 추적극과 음모 서사의 틀 안에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저 역시 일본 드라마를 10년 가까이 거의 보지 않다가 봤는데, 별 어려움 없이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Q. 청소년 관람 불가인데 얼마나 잔인한가요?
A. 저도 과한 고어 장면을 좋아하지 않아서 조심스럽게 시작했습니다. 첫 장면이 가장 충격적이고, 이후에도 폭발이나 신체 훼손 장면이 간헐적으로 등장합니다. 다만 공포 자체보다는 미스터리와 서사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가기 때문에, 자극 장면이 목적이 아니라 서사 도구로 기능한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잔인한 장면이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것 때문에 못 볼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Q. 시즌 2가 나올 가능성이 있나요?
A. 시즌 1 자체는 이야기를 깔끔하게 마무리 짓고 있어서, 시즌 2 없이도 완결된 작품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마지막 장면에 정체불명의 인물과의 통화 등 의도적으로 남겨둔 떡밥이 몇 가지 있어, 제작진이 시즌 확장을 염두에 두고 있을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시즌 2가 나온다면 어떤 방향으로 이어질지 저도 궁금합니다.
Q. 원작 일본 영화를 먼저 봐야 하나요?
A.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드라마는 1960년 원작 《가스인간 제1호》에서 '가스로 변하는 인간'이라는 설정만 가져왔고, 스토리는 완전히 새로 쓰였습니다. 원작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으며, 저도 원작을 보지 않고 바로 시작했습니다.
결론
추천 대상을 정리하자면, 새로운 설정 안에 익숙한 이야기가 잘 녹아든 장르물을 좋아하는 분, 한국과 일본 제작진의 협업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 냈는지 궁금한 분, 그리고 완성도 있는 프리퀄 구조의 스릴러를 찾고 있는 분이라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선택이 될 것입니다. '가스인간'이라는 제목이 주는 첫인상에 속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저도 그 제목 때문에 한참 망설였는데, 막상 보고 나서는 오랜만에 취향이 정확하게 저격당한 기분이었습니다.
일본 드라마를 한동안 멀리했던 분이라면 이 작품이 다시 손을 내밀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저에게는 그랬습니다. 재생 버튼을 누르기 전에 기대치를 너무 높게 잡지 않는 편이 오히려 더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