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저는 이 드라마를 보면서 주인공의 아픔보다 재능을 부러워했습니다. 2022년 전 국민을 사로잡았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변호사의 이야기였지만, 제가 느꼈던 감정은 응원이라기보다 부러움에 더 가까웠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나중에야 그 감정이 이 드라마의 핵심적인 문제를 그대로 드러낸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위로가 필요했던 2022년
2022년은 유독 따뜻한 드라마들이 인기를 끈 해였습니다. '우리들의 블루스', '나의 해방일지', 그리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까지, 자극적인 갈등이나 극단적인 악인 없이 일상의 관계를 중심에 둔 드라마들이 사랑받았습니다. 코로나 시기를 겪으면서 이런 드라마들은 인간적인 연결과 일상의 회복을 갈망하던 사람들의 욕구를 정확하게 충족시켜 주었습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ENA라는 작은 채널에서 최종화 전국 시청률 17.5%를 기록했다는 것만 봐도, 이 작품이 콘텐츠 자체의 힘으로 성공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인물을 통해,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사람들이 사회 안에서 어떻게 함께 살아갈 수 있는지를 질문합니다. 이 드라마는 주인공의 장애를 “극복의 대상”으로 설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결핍을 보완해야 하는 존재라기보다, 기존의 사회적 규범과 다른 방식으로 사고하고 반응하는 하나의 창조적이고 독립적인 주체로 그려집니다. 그리고 주변 인물들은 그녀와 다양한 방식으로 관계를 만들어갑니다.
결국 이 드라마는 장애를 다룬 작품이기 이전에, 사람과 사람이 서로 다른 존재로서 어떻게 관계를 맺고 살아갈 수 있는지를 보여준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특정 메시지를 강하게 설교하기보다는, 완전히 같아질 수 없는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을 통해 코로나 이후의 정서적 공백을 채워주었습니다.
'자폐=천재'라는 이미지
제가 이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부러웠던 장면은 우영우에게 사건의 해결책이 떠오를 때마다 등장하는 '고래' 이미지였습니다. 어린아이도 아닌데 다 큰 성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저런 순간을 꿈꾸는 제 자신이 유치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제 나이쯤 되면 주인공의 아픔과 성공 모두에 공감할 수 있어야 하는데, 저는 여전히 우영우의 재능만 부러워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저만 그랬던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드라마를 사랑했고, 우영우를 사랑했던 만큼 그의 특별한 능력에 열광했습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그 당시 자폐인 가족들이 이 드라마에 대해 조심스럽게 문제를 제기했던 것 같습니다. 드라마 덕분에 자폐인을 향한 시선이 따뜻해진 건 좋은데, 이제는 길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얘는 뭘 잘해요?"라는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모든 자폐인이 천재가 아닌데도 말입니다. 악의 없는 질문이라는 걸 알지만, 그 말을 듣는 자폐인의 가족들은 또 한 번 상처를 받는다고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려다가 오히려 그들을 다시 한번 구경거리로 만든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장애인을 긍정적으로 묘사하는 것을 넘어 천재로 묘사함으로써, 그들은 어쨌든 여전히 우리와는 다른 존재가 되어버렸습니다. 심지어 장애인들이 이 사회에 특별한 능력으로 기여해야 할 의무가 생겨버린 것 같은 느낌마저 듭니다. 만약 아무 특별한 능력도 없는 자폐인이 있다면, 우리는 과연 그를 우영우만큼 사랑하고 응원해 줄 수 있을까요?
드라마의 한계
‘자폐 = 천재성’이라는 공식은 이미 익숙한 서사입니다. 그래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단순히 “자폐를 새롭게 그렸기 때문에” 사랑받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 드라마의 인기는 소재의 참신함보다는, 여러 층위의 요소들이 함께 작동한 결과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은 특정 인물 하나가 과하게 부각되지 않고, 비중이 큰 역할뿐 아니라 작은 역할까지도 각자의 결을 가지고 살아 움직이면서, 시청자는 사건보다 사람 자체를 기억하게 됩니다. 또한 이 드라마는 전반적으로 무겁지 않은 톤을 유지합니다. 다루는 소재는 분명 진지하지만, 전개 방식은 과도하게 긴장감을 끌어올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동화 같은 예쁜 색감의 영상과 순수한 주인공을 통해 시청자들도 긍정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합니다. 이러한 것들이 인기의 주된 요소가 되었다고 봅니다.
하지만 앞서 잠시 언급했듯이, 이 드라마는 주인공인 우영우가 변호사 시험 수석, 서울대 로스쿨 수석이라는 전제를 달고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이미 그 전제 자체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자폐인이기 때문에 받아들여진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듯합니다. 사람들이 이 드라마를 사랑한 이유는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자기만의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내는 한 사람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 그게 핵심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응원이 '능력 있는 장애인에게만 주어지는 응원'이라면, 그건 장애를 이해했다기보다 또 다른 형태의 능력주의를 강화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고: https://namu.wiki/w/%EC%9D%B4%EC%83%81%ED%95%9C%20%EB%B3%80%ED%98%B8%EC%82%AC%20%EC%9A%B0%EC%98%81%EC%9A%B0
https://namu.wiki/w/%EC%9D%B4%EC%83%81%ED%95%9C%20%EB%B3%80%ED%98%B8%EC%82%AC%20%EC%9A%B0%EC%98%81%EC%9A%B0/%ED%8F%89%EA%B0%80%20%EB%B0%8F%20%ED%9D%A5%ED%96%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