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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이 낮으면 작품이 나쁜 걸까요? 2016년 조기종영으로 막을 내린 KBS2 월화드라마 '뷰티풀 마인드'를 다시 꺼내 보다가 이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천재 신경외과 의사가 연쇄적인 의문사에 휘말리는 이야기인데, 다시 봐도 이 드라마가 왜 그렇게 낮은 평가를 받았는지 솔직히 납득이 안 됩니다.
조기종영의 진짜 이유
2016년 6월 20일 첫 방영 이후 '뷰티풀 마인드'는 최고 시청률 4.7%, 평균 시청률 3.9%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들고 결국 16부작에서 14부작으로 조기종영했습니다. 표면적인 이유는 2016 리우 올림픽 중계였지만, 사실상 시청률 부진이 결정적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같은 시간대에 바로 옆 채널인 SBS에서 '닥터스'라는 의학 드라가 꽤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었기 때문인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의학드라마라는 장르적 관점에서는 '뷰티풀 마인드'가 결코 뒤처지지 않았다고 봅니다. 오히려 멜로 감성이 전면에 나오는 드라마보다 이쪽이 훨씬 더 취향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시청률에서 밀렸던 건, 결국 대중이 원한 건 전문성보다 감정이입이 쉬운 로맨스였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장혁 배우와 박소담 배우의 케미가 딱 맞아떨어지지는 않았다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제가 드라마를 보면서 두 사람 사이의 감정선보다 이영오라는 캐릭터 자체에 더 집중했던 것도 그 이유인 것 같습니다. 조기종영 압박이 들어오면서 남녀 주인공이 사랑에 빠지는 전개가 갑자기 빨라졌는데, 이게 오히려 드라마의 정체성을 흔들어 놓은 것 같아 아쉬웠습니다.
- 최고 시청률 4.7%, 평균 시청률 3.9%로 동시간대 지상파 최하위
- 원래 16부작 기획이었으나 14부작으로 2회 단축 조기종영
- 경쟁작 SBS '닥터스'와의 시청률 격차가 결정적 요인
- 종영 한 달 후 배우 출연료 미지급 사태까지 발생
반사회적 인격장애 의사
이 드라마의 핵심은 반사회적 인격장애(Antisocial Personality Disorder, ASPD)를 가진 천재 외과의라는 설정입니다. 여기서 ASPD란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고 사회적 규범을 지속적으로 무시하는 성격 장애를 가리키는데, 흔히 소시오패스라고도 불립니다. 드라마 속 이영오는 이 장애를 타고났지만 아버지에게 체계적인 '감정 연기 훈련'을 받으며 의사로 성장합니다.
처음 드라마를 볼 때 뇌경색 직전 환자를 카운트다운으로 맞추는 장면이 나오는데, 솔직히 "이건 좀 현실성이 떨어지지 않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오히려 이 드라마의 의도인 것 같습니다. ASPD를 가진 인물이 감정 없이 순수하게 논리와 신체 신호만으로 환자를 분석한다는 설정이니까요. 감정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더 냉정하고 정확한 의사가 될 수 있다는 역설입니다.
드라마 기획의도에서 작가가 던진 질문이 흥미로웠습니다. "공감 능력이 없다는 것을 알고 의식적으로 배려하려는 사람이, 공감 장애 진단을 받지 않은 '정상인'보다 오히려 공감 능력이 뛰어날 수 있는 걸까?"라는 것입니다. 이 질문은 지금 봐도 상당히 날카롭습니다(출처: 나무위키 뷰티풀 마인드).
그리고 장혁 배우와 허준호 배우가 부자지간으로 나오는데, 제가 보기엔 나이 차이가 실제로 별로 없어 보여서 초반에 좀 어색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이 두 배우가 2001년 영화 '화산고' 이후 15년 만에 다시 함께 출연한 거라고 하더군요.
여기서 짚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미국의 신경과학자 제임스 팰런 교수가 자신의 뇌 스캔이 사이코패스의 뇌 구조와 동일하다는 사실을 발견했을 때, 이것이 크게 회자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는 안정적인 가정환경에서 자랐고 정상적으로 살아왔습니다. 이 사례는 선천적 뇌 구조만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드라마 이영오의 설정도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합니다. 다만 저는 이런 생각도 듭니다. 좋은 부모 밑에서 자랐는데도 반사회적 성향이 나타나는 경우는 어떻게 설명할까요? 환경만이 유일한 변수일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 복잡한 지점을 이 드라마가 완전히 해소해주지는 못했지만, 질문 자체를 던진 것만으로도 가치 있다고 봅니다.
재평가
방영 당시 저평가된 드라마가 시간이 지나 재발견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뷰티풀 마인드'도 그런 작품 중 하나입니다. 지금 다시 보면 메디컬 미스터리라는 장르에서 꽤 촘촘한 서사를 가지고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협진 수술, 테이블 데스(수술 중 사망), 모탈리티 컨퍼런스(수술 후 사망 사례 검토 회의) 같은 의료 현장의 용어와 절차가 드라마에 실제로 녹아 있었습니다. 여기서 테이블 데스란 수술대 위에서 환자가 사망하는 것을 가리키는 의료 현장 용어인데, 이 드라마에서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의혹의 씨앗으로 기능합니다.
또한 간호사 임신 순번제나 산업 현장 노동자의 죽음처럼 당시 사회적 이슈를 드라마 에피소드에 녹여낸 방식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단순히 병원 안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고 병원 밖 현실을 환자의 이야기와 연결한 것인데, 이런 시도는 지금 봐도 꽤 용감한 편집이었습니다(출처: 스포츠서울).
제가 이 드라마를 돌아보며 가장 아쉬웠던 건 뚝심입니다. 조기종영이 결정되면서 남녀 주인공의 멜로 라인이 급격히 압축됐는데, 이영오라는 캐릭터의 본질은 사랑에 빠지는 과정보다 '감정 없이 윤리를 선택하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그 부분을 끝까지 밀어붙였다면 어떠했을까요. 아쉬움이 남습니다.
- 촬영지: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에서 대부분 촬영
- 원작: 메리 셸리의 소설 '프랑켄슈타인'에서 모티프를 가져옴
- 오정세, 허준호, 이재룡 등 조연 라인업도 당시 기준으로 매우 화려했음
- Wavve에서 현재도 스트리밍 서비스 중
결국 '뷰티풀 마인드'는 시청률이 작품의 가치를 증명해주지 못한 대표적인 드라마로 남았습니다. 마지막 몇 화만 빼면 정말 명작이라는 생각은 지금도 변하지 않습니다. 반사회적 인격장애, 의료 윤리, 권력과 병원의 결탁이라는 세 가지 주제가 한 드라마 안에 이렇게 밀도 있게 담긴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아직 보지 않으셨다면 Wavve에서 찾아보시길 권합니다. 단, 마지막 두 화는 기대치를 살짝 낮추고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