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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이 바뀌면 사람도 바뀔까요? SBS 금토 드라마 《멋진 신세계》는 조선 시대 악녀의 영혼이 현대 여배우 몸에 깃든다는 설정으로 시작합니다. 초반 몰입도만큼은 역대급이라고 부를 만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끝까지 보고 나니, 그 첫인상이 오히려 독이 됐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초반 몰입도
몇 년 전, 직장을 그만두고 처음 몇 달을 아무 일 없이 보낸 적이 있습니다. 출근을 안 하니 처음엔 해방감이 있었는데, 한 달쯤 지나자 오히려 "내가 누구지?"라는 감각이 흐릿해지더라고요. '회사원'이라는 역할이 저를 설명해 주고 있었는데, 그게 사라지자 남는 것이 뭔지 잘 모르겠었습니다. 《멋진 신세계》의 신설리 캐릭터를 보면서 그때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몸은 바뀌어도, 그 사람이 가진 욕망과 기질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
드라마 초반은 그 설정을 아주 잘 활용했습니다. 여기서 몰입도(Immersion)란 시청자가 이야기 안으로 빨려 들어가 현실 감각을 잠시 잊게 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멋진 신세계》 초반은 그 몰입도가 굉장히 높았습니다. 조선 시대와 현대를 교차하는 플래시백(Flashback) 구조, 즉 과거 장면을 현재 이야기 사이사이에 끼워 넣는 편집 방식이 드라마 전체의 긴장감을 끌어올렸습니다. 서리 시대·야인 시대를 패러디한 장면들도 이 드라마의 정체성을 제대로 보여줬고요.
무엇보다 임지연 배우의 연기가 결정적이었습니다. 진지한 장면과 코믹한 장면을 오갈 때의 리듬감, 그게 제가 직접 봐서 느낀 건데 정말 보기 드문 수준이었습니다. '배우가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느낌이 아니라, 실제로 다른 영혼이 그 몸에 들어온 사람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허남준 배우 역시 이 작품을 통해 처음 집중해서 보게 됐는데, 단순한 재벌 2세 캐릭터를 넘어서는 입체감이 있었습니다.
- 조선↔현대 교차 구성(플래시백)으로 초반부터 강한 긴장감 형성
- 임지연의 코미디·감정씬 전환 리듬이 비현실적 설정을 자연스럽게 소화
- 패러디 영상 삽입으로 드라마 특유의 장르 정체성 확립
- 허남준의 입체적 연기로 조연에서도 존재감 발휘
용두사미
친구들과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언제로 가겠냐"는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제가 한 말이 "기억을 그대로 가지고 돌아가는 게 아니라면 별 의미 없을 것 같다"였습니다. 결국 같은 몸으로 다시 살아도 같은 실수를 반복할 거라는 생각에서였습니다. 《멋진 신세계》를 보면서도 비슷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설정이 얼마나 거창하든, 결국 그 사람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이야기를 만든다는 것.
그런데 신설리와 차세계, 이 두 주인공이 감정을 확인한 시점을 기점으로 드라마는 방향을 잃었습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느낀 건 "이게 14부작이 맞나?" 하는 의문이었습니다. 로맨틱 코미디에서 두 인물이 이어진 이후를 흥미롭게 끌고 가려면 갈등 구조(Conflict Structure), 즉 인물들 사이의 충돌과 위기가 새롭게 설계돼야 합니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그 부분이 사실상 비어 있었습니다.
빌런인 최문도 캐릭터도 문제였습니다. 빌런(Villain)이란 주인공과 맞서며 이야기의 긴장감을 유지시켜 주는 대립 인물을 말하는데, 최문도는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습니다. 임시 회장직에 오르고 악행이 밝혀지는 장면도 맥 빠지게 전개됐고, 시청자가 기대하는 카타르시스(Catharsis), 즉 극적 해소의 쾌감이 전혀 없었습니다. 저는 솔직히 이 장면에서 도파민이 하나도 안 나왔습니다.
드라마 시청률 측면에서는 선방했습니다. 출처: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멋진 신세계》는 마지막 회까지 준수한 시청률을 유지했습니다. 그러나 시청률과 체감 만족도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것, 이 드라마가 다시 한번 보여줬습니다. 실제로 제 와이프는 중반에 중도 하차했고, 저만 끝까지 봤습니다.
조연 활용도 아쉬웠습니다. 캐릭터 빌드업(Character Build-up)이란 조연 인물의 배경과 동기를 초반부터 쌓아 올려 중반 이후 극적인 역할을 수행하도록 설계하는 과정입니다. 충분히 활용될 수 있었던 인물들이 끝까지 겉돌았습니다. 이 빌드업이 부재한 채 막판에 에피소드를 몰아넣다 보니 자연스럽지 않았습니다. 한국 드라마 조연 활용 연구에서도 조연의 서사 비중이 주인공 몰입도와 정비례한다는 분석이 있습니다(출처: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 제 경험상 이건 정말 맞는 말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멋진 신세계 재미있나요? 볼 만한가요?
A. 초반 1~5화 정도는 제가 직접 봐도 최근 판타지 로맨스 중 손꼽히는 완성도라고 느꼈습니다. 다만 중반 이후부터 속도감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가볍게 초반만 즐긴다는 마음으로 시작하면 괜찮습니다. 끝까지 봐야 직성이 풀리는 분이라면 다소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Q. 임지연 연기 어떤가요?
A. 드라마 자체의 완성도와 별개로, 임지연 배우의 연기는 확실히 볼 만합니다. 진지한 장면과 코믹한 장면을 오가는 리듬감이 자연스러워서, 다소 비현실적인 설정도 어색하지 않게 받아들이게 해줍니다. 이 드라마에서 캐릭터를 가장 잘 소화한 배우라는 점은 이견이 없을 것 같습니다.
Q. 허남준 배우 이 드라마에서 어떤 역할인가요?
A. 차세계라는 재벌 남주인공 역을 맡았습니다. 단순한 재벌 캐릭터처럼 보일 수 있는데, 직접 보니 생각보다 입체적인 면이 있어서 눈에 띄었습니다. 저도 이 드라마를 통해 처음 집중해서 보게 됐고, 앞으로 어떤 작품을 선택할지 주목하게 됐습니다.
Q. 멋진 신세계 몇 부작이고 어디서 볼 수 있나요?
A. SBS 금토 드라마로 총 14부작입니다. 방영이 완결된 작품이며, SBS 공식 플랫폼과 주요 OTT 서비스를 통해 다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플랫폼별 제공 여부는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확인이 필요합니다.
결론
《멋진 신세계》는 초반의 기세가 아깝습니다. 플래시백 구조, 두 배우의 호흡, 장르 정체성 모두 출발은 좋았습니다. 그런데 갈등 구조가 일찍 해소되고, 빌런의 매력이 없고, 조연 빌드업이 없으니 중반이 버텨주질 못했습니다. 14부작보다 10부작 정도가 훨씬 적절했을 것이라는 생각은, 끝까지 본 입장에서 솔직한 판단입니다.
그래도 임지연과 허남준, 두 배우를 주목하게 된 것은 이 드라마를 본 가장 큰 수확입니다. 판타지 로맨스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초반 몇 화는 충분히 즐거울 테니, 부담 없이 시작해 보셔도 좋습니다. 개인적인 최종 평가는 C등급입니다. 초반이 없었다면 더 낮았을 점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