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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드라마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 리뷰 (믿고 보는 배우 고현정, 부모의 상처는 어떻게 자식의 삶이 되는가, 부모의 자격)

by tigermorning 2026. 6. 8.

SBS 드라마 사마귀 포스터

 

 

사실 이 드라마를 보기 전부터 기대가 컸습니다. 고현정 같은 대배우가 선택한 작품이라면 분명 시나리오에 자신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보기 전부터 "꽤 괜찮은 드라마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고 시청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기대는 크게 틀리지 않았습니다. 첫 화부터 긴장감 있게 전개되는 이야기와 독특한 설정 덕분에 금세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여성 연쇄살인마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이 신선했고, 단순한 범죄 수사극이 아니라 부모와 자식, 상처와 복수, 정의와 연민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드라마를 다 보고 난 뒤에 여러 리뷰와 해설 영상까지 찾아보았는데, 그 과정에서 이 작품의 원작이 프랑스 드라마 《La Mante》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원작은 현재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데 광고형 멤버십에서는 이용할 수가 없습니다. 이 드라마를 보기 위해 좀 더 비싼 요금제를 사용해야 할지 고민을 좀 해 봐야겠네요.

 

믿고 보는 배우 고현정

고현정 배우는 등장하는 순간부터 화면을 장악하는 힘이 있는 배우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더 세련되고, 더 강한 에너지를 발산하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또한 외적인 이미지가 여전히 젊고 아름답다는 점도 경탄스럽습니다.

 

연기적인 측면에서도 고현정 배우는 감정을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인물의 내면을 정교하게 전달하는 데 탁월합니다. 눈빛이나 말투 같은 미세한 요소만으로도 캐릭터의 심리를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 방식은 그녀만의 강점입니다.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에서도 이러한 특징은 그대로 드러나며, 정이신이라는 인물이 가진 차갑고 복잡한 내면을 절제된 방식으로 설득력 있게 구현해 냈습니다. 덕분에, 시청자는 그녀를 단순히 “악인”또는 “피해자”로 평가할 수 없게 됩니다. 그 대신, 긴장감을 갖고 드라마에 몰입하게 되지요.

 

고현정 배우는 데뷔 초기부터 단숨에 톱스타 반열에 올랐고, 중간에 긴 공백기가 있었음에도 여전히 강한 존재감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고현정이 나온다”는 사실 자체가 작품의 무게를 결정짓는 요소가 될 정도로, 그녀의 이름은 하나의 브랜드처럼 작동합니다. 이 드라마에서 정이신이라는 캐릭터가 설득력을 가지는 이유 역시 결국 배우의 존재감에서 비롯됩니다. 이야기의 중심을 잡고, 긴장감을 유지하게 만드는 핵심 축이 바로 고현정이라는 점에서 “믿고 보는 배우”라는 표현은 과장이 아닙니다. 그녀가 연기한 정이신이라는 인물은 배우 개인의 힘과 드라마 서사의 구조가 맞물려 완성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부모의 상처는 어떻게 자식의 삶이 되는가

이 드라마가 흥미로웠던 가장 큰 이유는 정이신을 단순한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로 소비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녀는 어린 시절에는 아버지로부터, 성인이 된 뒤에는 남편으로부터 지속적인 학대를 당하다가 결국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됩니다. 이후 그녀는 살인을 자신만의 기준에 따른 “응징”으로 체계화합니다. 언론이 그녀를 ‘사마귀’라고 부르게 된 것 역시, 성적 착취와 권력형 폭력을 행사하는 남성들을 선택적으로 제거했기 때문이죠. 그녀는 점차 자신을 피해자가 아니라 도덕적 심판자로 인식하게 되며, 단순한 범죄자를 넘어 왜곡된 정의 의식을 가진 인물로 확장됩니다.

 

정이신은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가해자입니다. 그리고 자식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 그녀 자신을 괴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이처럼 주인공을 단순한 선악 구도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 이 드라마의 핵심적인 힘입니다. 그래서 드라마가 그녀의 행위를 정당화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저는 오히려 이 작품이 계속해서 시청자에게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고 느꼈습니다. 그녀의 과거를 이해할수록 감정이 복잡해지지만, 동시에 어떤 이유로도 살인이 정당화될 수 없다는 사실 역시 분명하기 때문에, 이 모순이 작품 전체의 긴장감을 형성합니다.

 

또한 이 이야기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 인물이 아들 수열입니다. 경찰이 되었지만 그 시작에는 “살인범의 자식”이라는 사실이 있습니다. “지워진 진실 위에 만들어진 현재”에 살던 수열은 정이신 사건을 모방한 연쇄살인이 발생하면서 어머니인 정이신과 공조하게 되고, 드디어 지워두었던 과거와 정면으로 마주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수열은 자신이 유지해 온 삶과 받아들일 수 없는 진실 사이에서 깊은 균열을 경험합니다.

 

부모의 자격

드라마를 다 보고 나서 저에게 가장 오래 남은 것은 범인의 정체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 대한 생각이었습니다. 부모는 한 사람의 인생에 엄청난 영향을 미칩니다. 그런데 세상에는 부모가 될 준비가 되어 있지 않거나 부모로서의 자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드라마 속에서는 극단적인 폭력과 학대가 등장하지만 현실에는 더 교묘한 방식으로 자식을 병들게 하는 부모들도 존재합니다.

 

저는 오히려 노골적인 폭력보다, 겉으로는 정상적으로 보이지만 자녀를 통제하고 소모시키는 형태의 양육 방식에 더 큰 문제의식을 느낍니다. 사회적으로는 ‘좋은 부모’로 인정받지만, 가정 안에서는 자식을 감정의 배출구로 삼거나 “너를 위해서”라는 말로 선택과 자유를 제한하는, 자식을 하나의 인격체로 보지 않는 사람들 말입니다. 그런 상처는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자녀들의 일생을 통해 지속되면서 그들의 인생 전체를 망가뜨립니다. 안타깝게도 사람들은 그 과정을 보지 않고 결과만 봅니다. 불안정한 성인, 실패한 개인이라는 낙인을 쉽게 붙이지만, 그 배경에 어떤 환경과 상처가 있었는지는 자주 간과합니다.

 

저는 이런 상상을 해 봅니다. 모든 아이들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부모로부터 분리되어, 충분히 검증된 환경에서 양육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입니다. 또는 부모 역할 자체를 하나의 전문 영역으로 보고, 역량과 책임을 갖춘 사람들이 제도적으로 수행하는 방식입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윤리적으로도 많은 논쟁을 부를 상상입니다. 그럼에도 이런 생각이 떠오르는 이유는 부모라는 존재가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크기 때문입니다.

 

결국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은 범죄 스릴러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그 아래에는 부모가 한 인간의 삶을 어떻게 형성하고 또 어떻게 파괴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 깔려 있습니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단순히 범인을 찾는 재미를 넘어 인간의 성장과 부모-자식의 관계, 상처의 전이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었습니다. 재미도 있었지만, 다 보고 난 뒤 오랫동안 여러 생각이 남는 드라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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