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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리뷰 (프로파일링의 도입, 실제 인물들과의 비교, 평가)

by tigermorning 2026. 6. 6.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포스터

 

 

저는 범죄 드라마를 고를 때 고민이 많이 됩니다. 자극적인 연출에만 기대는 드라마는 금방 질리고, 그렇다고 너무 잔잔한 작품은 몰입이 잘 되지 않습니다. 그 사이 어딘가에서 균형을 잡아주는 작품을 찾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는데,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바로 그 자리를 채워준 드라마였습니다. 우리도 익히 알고 있는 실제 사건들의 이야기, 이미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원작 도서, TV에 많이 등장해서 우리에게도 익숙한 권일용 프로파일러를 주인공으로 한다는 점을 알고 시청하니, 처음 장면부터 끝까지 무게감이 달랐습니다.

 

프로파일링의 도입

이 드라마는 한국 경찰 내에 범죄 행동 분석팀이 처음 생겨나던 시기를 배경으로 합니다. 지금은 ‘프로파일링’이라는 단어가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당시에는 범죄자의 행동 패턴, 심리 상태, 생활환경 등을 분석해 범인의 특성을 추론한다는 개념 자체가 낯설게 받아들여지던 시기였습니다. 새로운 수사 기법이라기보다는 아직 검증되지 않은 외국식 기법으로 여겨졌던 분위기가 강하게 깔려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경찰 조직 내부에서의 반응도 냉담했습니다. 기존의 경험과 직감, 현장 중심의 수사 방식이 중심이던 환경에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람의 행동을 분석한다는 접근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드라마는 이 충돌을 과장하지 않고 오히려 매우 현실적인 거리감으로 보여줍니다. 인정과 거부 사이에서 흔들리는 시선들이 쌓이면서, 새로운 방식이 자리 잡기까지의 시간이 얼마나 긴지 체감하게 됩니다.

 

제가 이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프로파일링 보고서가 처음 수사팀에 공유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범인의 연령대, 직업 유형, 생활 방식까지 추론해 낸 분석이 책상 위에 놓이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은 협조가 아니라 의심에 가까웠습니다. 선배 형사들이 “한국에는 미국식 수사 방식이 맞지 않는다”라고 말하며 면박을 주는 장면은 단순한 대사가 아니라, 기존 질서가 새로운 방식을 밀어내는 상징처럼 느껴졌습니다.

 

실제 인물들과의 비교

이 드라마를 보는 동안 가장 강하게 남았던 감정은, 이것이 드라마로 느껴지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화면 속 인물들을 보고 있으면 뉴스와 다큐멘터리에서 접했던 실제 사건들이 계속 떠올랐고, 그때의 기록들이 장면 위에 겹쳐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사건들이 다시 생생하게 재현되자, 단순한 흥미나 긴장감보다 먼저 피해자들이 겪었을 공포와 유가족들의 슬픔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공포와 분노를 동시에 느꼈습니다.

 

특히 범죄자들이 보이는 행동 패턴 중 하나인 '심리적 냉각기'라는 개념이 반복적으로 등장할 때마다 저의 불안은 더 깊어졌습니다. 그 평온한 시간이 오히려 다음 범죄를 준비하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면서, 일상과 범죄 사이의 경계가 생각보다 훨씬 얇다는 생각에 무서웠습니다. 그리고 이런 생소한 유형의 범죄를 실제로 추적해 나갔던 당시 권일용 프로파일러가 새삼 대단해 보였습니다. 아무것도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조직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 모든 과정을 처음부터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얼마나 낯설고 힘든 일이었을지 상상하니, 그분이 정말 대단해 보였습니다.

 

또한, 범인들의 외형도 충격이었습니다. 대부분이 지나치게 평범하고, 때로는 오히려 호감형에 가까운 인상이라는 점이 더 큰 섬뜩함으로 다가왔습니다. 평범함 속에 숨겨진 비정상성이라는 아이러니가 이 드라마가 가진 가장 불편한 힘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의아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도 있는데, 반사회적 인격 장애가 2000년대에 갑자기 등장한 것으로 설명되는 부분에서,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과거에도 비슷한 유형의 범죄자가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만 그때는 이를 설명할 언어와 분석의 틀이 부족했기 때문에 보이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함께요.

 

평가

저는 원래 김남길 배우를 떠올리면 '선덕여왕'에서의 유쾌하고 에너지 넘치는 이미지가 먼저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런 무거운 역할이 잘 어울릴까 싶었는데, 막상 드라마를 보고 나니 그 걱정이 완전히 무색해졌습니다. 감정을 크게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사건을 마주할 때마다 내면이 조금씩 흔들리는 모습을 섬세하게 표현했고, 이런 절제된 연기가 오히려 프로파일러라는 직업의 특성과 정확히 맞아떨어졌습니다.

 

누군가를 향해 크게 분노하거나 눈물을 터뜨리는 장면보다, 오히려 아무 말 없이 사건을 바라보는 침묵의 순간들이 더 많은 메시지를 전달해 주는 것 같았습니다. 그 침묵 속에는 단순한 감정 표현이 아니라, 사건을 이해하려는 과정에서 생기는 무게와 피로감이 함께 담겨 있었거든요.

 

드라마를 다 보고 난 이후에도 장면들이 쉽게 정리되지 않고 계속 남아 있었습니다. 특정 사건이나 인물보다도, 그들이 놓여 있던 공기와 분위기, 그리고 그 상황을 바라보던 시선들이 반복적으로 떠올랐습니다. 특히 범죄를 ‘이해하려는 시도’ 자체가 가진 무게감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이해한다는 행위가 단순히 분석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을 어디까지 바라볼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이 드라마를 본 이후 범죄 드라마를 선택하는 저의 기준도 조금 달라졌습니다. 이전에는 자극적인 설정이나 빠른 전개를 중심으로 작품을 판단했다면, 이제는 이야기의 속도보다도 그 안에서 다루고 있는 시선과 태도가 더 중요하게 느껴지게 되었습니다. 같은 범죄 장르라도 어떤 방식으로 사건을 바라보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작품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을 이 드라마를 통해 처음 체감하게 된 것 같습니다. 이 드라마가 그 기준을 한 단계 높여줄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A_nfCeZSNF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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