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를 보다가 처음으로 리모컨을 손에 쥔 채 멈춰 버린 적이 있었습니다. 아들이 사고를 치고 도망쳤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판사 아버지의 표정을 보면서였습니다. 그 얼굴에는 분노도, 실망도 아니라 공포가 있었습니다. 자식을 지키겠다는 본능 앞에서 평생 쌓아 온 원칙이 무너지는 공포. ENA 드라마 《유어 아너》는 바로 그 순간부터 단순한 범죄 스릴러가 아닌 다른 무언가가 됩니다.부성 본능 — 가장 위험한 선택의 시작살다 보면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내 가족이 연루된다면 나는 과연 원칙을 지킬 수 있을까?" 저는 솔직히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 드라마가 더 불편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릅니다.《유어 아너》의 판사 송판호는 아들 호영이 뺑소니 사고를 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처음에 그..
영혼이 바뀌면 사람도 바뀔까요? SBS 금토 드라마 《멋진 신세계》는 조선 시대 악녀의 영혼이 현대 여배우 몸에 깃든다는 설정으로 시작합니다. 초반 몰입도만큼은 역대급이라고 부를 만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끝까지 보고 나니, 그 첫인상이 오히려 독이 됐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초반 몰입도몇 년 전, 직장을 그만두고 처음 몇 달을 아무 일 없이 보낸 적이 있습니다. 출근을 안 하니 처음엔 해방감이 있었는데, 한 달쯤 지나자 오히려 "내가 누구지?"라는 감각이 흐릿해지더라고요. '회사원'이라는 역할이 저를 설명해 주고 있었는데, 그게 사라지자 남는 것이 뭔지 잘 모르겠었습니다. 《멋진 신세계》의 신설리 캐릭터를 보면서 그때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몸은 바뀌어도, 그 사람이 가진 욕망과 기질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