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는 장면 하나로 이렇게 오래 생각하게 될 줄은 몰랐으니까요. 세브란스(Severance)는 출근과 퇴근 사이의 기억을 완전히 분리하는 '단절 시술'을 받은 직장인들의 이야기입니다. 설정 하나가 이렇게 깊은 질문을 끌어낼 수 있다는 게, 다 보고 나서도 한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직장 정체성과 기억 단절 시술제가 직접 경험한 일인데, 몇 달을 하나의 프로젝트에만 매달렸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출근하고, 하루 종일 같은 문제를 붙잡다가 집에 돌아오면 저녁도 제대로 못 먹고 잠드는 날이 반복됐습니다. 그 시기가 끝나고 나서 돌아보니 몇 달이라는 시간이 사진 한 장 없이 흐릿하게만 남아 있었습니다. 세브란스를 보면서 그 기억이 떠올랐습니다.드..
일본에서 평균 시청률 6.1%로 막을 내린 드라마. 시청률로 봐서 드라마가 대단히 인기 있었던 것은 아닌 것 같지만, 이 드라마는 끝나고 나서도 제 머릿속에 꽤 오랜 여운을 남겼습니다. 드라마가 대단히 훌륭해서는 아니었습니다. 사실 마무리는 좀 아쉬웠습니다. 다만, 세상에 필요 없는 사람들도 세계를 구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저에게 울림을 줬습니다. 드라마 내용만 들으면 우스운 것 같은데, 막상 드라마를 보고 나면 삶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하게 됩니다. 세계 구하기, 그 스케일의 의도적 축소일반적으로 초능력을 가진 주인공, SF 드라마라 하면 거대한 위기와 압도적인 능력을 가진 주인공을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런 기대를 품고 첫 화를 켰습니다. 그런데 주인공 분타가 첫 화에서 수행하는 미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