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를 보다가 처음으로 리모컨을 손에 쥔 채 멈춰 버린 적이 있었습니다. 아들이 사고를 치고 도망쳤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판사 아버지의 표정을 보면서였습니다. 그 얼굴에는 분노도, 실망도 아니라 공포가 있었습니다. 자식을 지키겠다는 본능 앞에서 평생 쌓아 온 원칙이 무너지는 공포. ENA 드라마 《유어 아너》는 바로 그 순간부터 단순한 범죄 스릴러가 아닌 다른 무언가가 됩니다.부성 본능 — 가장 위험한 선택의 시작살다 보면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내 가족이 연루된다면 나는 과연 원칙을 지킬 수 있을까?" 저는 솔직히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 드라마가 더 불편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릅니다.《유어 아너》의 판사 송판호는 아들 호영이 뺑소니 사고를 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처음에 그..
드라마 '정년이'가 방영될 당시, 저는 '정년이'를 제가 만든 것도 아닌데 한국 친구들 뿐만 아니라 해외의 친구들에게까지 "이게 넷플릭스에 올라오면 꼭 봐야한다"고 신신당부를 하면서 '정년이' 마케팅에 열을 올렸습니다. 이 드라마는 당시 시청률 13.4%를 기록하며, "우리나라 사람 모두가 봐야한다"며 열광했던 저의 기대에는 못미쳤지만, 그래도 흥행에 성공했고 사람들 입에 많이 오르내렸습니다. 더욱이 이 드라마는 남자 주인공 한 명 없이, 생소한 국극이라는 소재만으로 흥행에 성공하면서, 오랜만에 공중파 드라마의 흥행 공식을 깼습니다. 저는 이 드라마를 보는 내내 솔직히 뿌듯하면서도 얼떨떨했습니다. 배우들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거든요. 배우들의 국극을 재현한 수준이 단순히 "잘 따라했다"는 수준이 아니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