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를 보다가 자꾸 제 얘기를 하게 됐습니다. 디즈니플러스 《메이드 인 코리아》 얘기입니다. 장건영이 백기태를 끝까지 쫓는 장면에서, 오래전 저도 비슷한 감각을 느꼈던 순간이 떠올랐습니다. 그 기억이 드라마를 보는 내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포기 못 하는 사람이 왜 답답하게 느껴졌나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장건영 같은 캐릭터, 즉 원칙을 끝까지 붙드는 사람이 주인공이면 응원하는 게 당연한데, 저는 중반까지도 그를 마냥 응원하지 못했습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저는 원래 뭔가를 오래 붙잡는 사람이 아닙니다. 몇 번 시도하다 안 되면 놓아버리는 편인데, 딱 하나만큼은 몇 년을 붙들었습니다. 주변에서 "이제 그만해"라는 말을 몇 번 들었는데도 못 놓겠더라고요. 그 경험이 있으니까 장건영이 손해..
비행기를 탈 때마다 퍼스트 클래스에 누가 타고 있을까 궁금합니다. 저만 그런 건 아닐 거라 생각하는데, 《굿잡》을 보면서 그 기묘한 호기심이 다시 살아났습니다. 재벌 탐정과 취업준비생이 불법 경매장에서 만나 사건을 풀어가는 이야기인데, 보다 보면 사건 해결보다 '저 세계는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거지?'라는 질문이 계속 따라옵니다.재벌 세계라는 낯선 구경거리드라마 첫 장면부터 '국가의 목걸이가 거래되는 불법 경매장'이라는 설정이 등장합니다. 세계적인 보석 디자이너 지젤 베아르가 세공한 '여왕의 눈물'이라는 목걸이가 20년 만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인데, 저는 이 장면을 보면서 솔직히 실소가 나왔습니다. 몇십억 원짜리 보석이 불법으로 경매되는 공간이 실제로 있을까요?그런데 생각해 보면, 제가 그런 ..
진실을 말하는 것이 항상 옳은 일일까요. 저는 드라마 《커튼콜》을 보면서 처음으로 이 질문 앞에서 멈칫했습니다. 거짓말로 꾸며진 연극이지만, 그 어떤 진심보다 따뜻했던 이야기. 거기에 제 할머니의 얼굴이 겹쳐 보였습니다.이산가족의 상처는 시간이 해결해주지 않는다1950년 흥남 부두. 배에 오르느냐 못 오르느냐로 삶과 죽음이 갈리던 그날, 드라마 속 주인공 금순은 남편과 갓난아기를 북에 남긴 채 홀로 남쪽으로 건너옵니다. 이것이 《커튼콜》의 출발점입니다.저는 이 장면을 보면서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었습니다. 우리 할머니도 이북에서 내려오신 분이거든요. 어릴 때는 그냥 억척스럽고 부지런한 분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지금 할머니는 치매를 앓고 계십니다. 기억은 많이 흐려지셨는데, 이상하게도 불안감만큼은 여전히 선..
솔직히 처음엔 그냥 공유 보려고 틀었습니다. 판타지 로맨스라는 장르 자체에 큰 기대는 없었고, 적당히 달달한 드라마겠거니 했죠. 그런데 마지막 화가 끝나고 나서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사랑 이야기만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무언가가 분명히 있었습니다. 한국형 판타지혹시 이 드라마를 보기 전에 한국 도깨비가 뿔 달린 모습이 아니라는 거 알고 계셨나요? 저는 몰랐습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뿔 달리고 철퇴 든 도깨비 이미지는 사실 일본 도깨비인 오니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한국 전통 설화 속 도깨비는 키가 크고 털이 많은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장난을 좋아하지만 선한 사람을 돕는 존재로 묘사됩니다. 이 드라마가 설정한 도깨비는 바로 그 한국 설화를 바탕으로 합니다. 수천 명의 피를 묻힌 검이 제..
솔직히 처음엔 이 드라마를 볼 생각이 없었습니다. 제목부터가 어딘가 옛날 주말 연속극 분위기였고, 포스터는 꽃밭 배경에 두 남녀가 서 있는 전형적인 시골 로맨스였으니까요. 그런데 잔잔한 멜로인 줄 알았던 드라마가 범죄 스릴러였다는 것을 알았을 때 너무 놀랐고 드라마에 푹 빠져들었습니다. 장르 전략일반적으로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는 느린 호흡과 따뜻한 감성으로 승부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저 역시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 드라마는 달랐습니다. '동백꽃 필 무렵'은 복합장르 전략을 구사합니다. 여기서 복합장르란 로맨스, 범죄 스릴러, 가족극, 성장 드라마 등 서로 다른 장르의 문법을 하나의 작품 안에서 동시에 운용하는 방식입니다. 이 전략이 표면적으로는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 작..
솔직히 저는 재벌 로맨스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 편입니다. 신데렐라 구도, 반대하는 집안, 눈물의 결말처럼 어느 정도 정해진 공식이 반복되는 장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시크릿 가든'은 그런 선입견과는 달리 보기 시작하는 순간 멈추기 어려운 드라마였습니다. 2010년 방영 당시 최고 시청률 35.2%를 기록하며 국민 드라마 반열에 오른 이유도 단순한 유행 때문만은 아니라고 느꼈습니다. 영혼 체인지 설정시크릿 가든의 핵심 장치는 영혼 체인지입니다. 영혼 체인지란 두 인물이 서로의 육체를 뒤바꾸어 상대방의 삶을 직접 경험하게 되는 판타지 설정으로, 드라마에서는 이를 통해 감정적 공감의 계기로 활용합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이게 그냥 시청률을 위한 소품처럼 느껴졌습니다. 뭔가 신선하긴 한데, 과연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