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으로 시작한 관계가 진심이 될 수 있을까요. 일반적으로 진심 없이 시작한 관계는 오래가지 못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저는 《백화살》을 보면서 그 믿음을 다시 들여다보게 됐습니다. 환생한 여주인공이 복수를 위해 판을 짜는 이 드라마가 제 오래된 후회 하나를 꺼내놓더군요. 자가복제 논란, 실제로 보니 어떤가《백화살》 첫 회를 보고 저도 솔직히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극 초반의 서사 구조와 카메라 워킹이 맹자의의 전작 《구중자》와 지나치게 닮아 있다는 지적, 화면을 보는 내내 그게 계속 걸렸습니다. 여기서 자가복제란 배우나 제작진이 흥행했던 이전 작품의 연출 공식, 캐릭터 설정, 심지어 성우 배역까지 그대로 답습하는 현상을 가리킵니다. 실제로 맹자는 2024년 《구중자》 이후 《도화영강산》, 《회수죽정》, ..
솔직히 저는 "먼저 굽히는 사람이 진다"는 말을 꽤 오래 믿어왔습니다. 그런데 《절요》라는 드라마를 보고 나서 그 믿음이 조금 흔들렸습니다. 원수 집안끼리 얽힌 정략결혼이라는 설정인데, 막상 보다 보면 사랑 이야기보다 자존심 싸움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훨씬 많습니다. 먼저 굽히는 사람이 진다, 자존심 싸움일반적으로 먼저 양보하거나 먼저 다가가는 쪽이 약자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저도 오래 그렇게 생각해 왔고, 실제로 생활 속에서 꽤 엄격하게 그 원칙을 지키며 살았습니다. 먼저 사과하는 것도 싫고, 먼저 연락하는 것도 싫고, 제가 틀렸다고 인정하는 건 더더욱 싫었습니다. 그런데 《절요》라는 제목의 뜻을 알고 나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절요(折腰)'는 글자 그대로 "허리를 굽힌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절..
박사학위를 받으면 인생이 달라진다고 믿었습니다. 저도 그렇게 믿었던 사람 중 하나였고, 박사과정까지 공부하고 나서야 그 믿음이 얼마나 단순했는지 알게 됐습니다. 드라마 《찬여번성》 속 심리학 박사 출신 주인공을 보며, 그 허무함이 다시 선명하게 떠올랐습니다. 박사학위가 남긴 것 — 종이 한 장일반적으로 학위는 능력의 증거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학위를 받고 나서 처음 든 감정은 해방감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이제 어떻게 하지?"라는 막막함에 가까웠습니다. 학교 안에 있을 때는 다음 단계가 항상 정해져 있었습니다. 시험을 잘 보면 다음 학년으로, 졸업하면 더 높은 과정으로. 그 구조 안에서는 잘하는 것과 나아가는 것이 같은 의미였습니다. 그런데 박사학위를 받는 순간, ..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이 드라마를 보는 내내 "이 장면 어디서 봤더라"를 반복했습니다. 2012년 JTBC 드라마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는 네 커플의 결혼 준비기를 동시에 풀어내는 멀티 플롯 구성이지만, 보고 나서 든 첫 감상은 기대보다 피곤함이 먼저였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네 커플, 그런데 왜 다 같은 길을 걷나 — 갈등구조드라마에서 여러 커플을 동시에 다루는 방식을 앙상블 드라마라고 합니다. 여기서 앙상블이란 하나의 주인공 대신 여러 인물군이 동등하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구조를 뜻합니다. 이 형식이 잘 작동하려면 각 커플이 서로 다른 갈등의 결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 시청자가 "이 커플은 왜 싸우는 거지?"를 각각 다르게 물을 수 있거든요. 그런데 제가 보는 내내 느낀 건, 커플이 네 쌍..
계약으로 시작한 관계가 진짜가 될 수 있다는 걸 믿으시나요? 저는 솔직히 오래 의심했습니다. 《작골》을 보기 전까지는요. 정략결혼으로 왕부에 들어간 여주인공의 이야기가 왜 이렇게 마음에 걸렸는지, 보고 나서 한참을 생각했습니다. 계약결혼이라는 설정, 왜 자꾸 피하게 됐나계약결혼은 중국 고장극에서 정말 자주 쓰이는 서사 장치입니다. 여기서 고장극이란 중국의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한 시대극 장르를 말하는데, 권력 다툼과 혼인 정략이 맞물리는 구조 덕분에 계약결혼 설정이 자연스럽게 반복됩니다. 그런데 저는 이 설정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나중에 좋아하게 될 거 다 아는데, 왜 처음에 그렇게 서로 밀어내야 하냐는 생각이었거든요. 근데 《작골》을 보다가 조금 다른 걸 느꼈습니다. 두 사람이 차갑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사는 것, 정말 로맨틱하기만 할까요? 《애정유연화》를 보면서 저는 두 사람이 같은 집에 살기 시작하는 장면보다 이런 생각부터 했습니다. "저 둘은 언제쯤 생활 습관 때문에 싸우게 될까?" 드라마를 보면서 사랑보다 생활이 먼저 걱정되는 사람이 저 혼자만은 아닐 것 같습니다. 동거, 이 드라마가 흥미로운 이유《애정유연화》는 투자회사에 다니는 남자와 은행에서 일하는 여자가 우연히 같은 집에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운명적인 만남도, 극적인 사건도 아닙니다. 각자 전 연인과 이별한 뒤 경제적인 현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우스메이트가 된 상황입니다.저는 이 드라마를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기대를 크게 하지 않았습니다. 3년 전에 촬영해 둔 작품이라는 점도 그렇고, 소재 자체가 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