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24 이재규 드라마 감독 ('집요함'이 성공의 열쇠, 드라마 감독의 지위, 경험이 만든 명장면) 드라마 한 편이 끝나고 나면 보통 우리는 배우의 이름이나 이야기의 여운을 오래 기억합니다. 하지만 감독의 이름은 상대적으로 쉽게 흐려지곤 합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영화감독은 국제 영화제나 언론을 통해 비교적 자주 조명되는 반면, 드라마 감독은 작품의 흥행에 비해 이름이 덜 알려진 경향이 있습니다. 제가 즐겨보는 온라인 매거진 '롱블랙'을 통해 이재규 드라마 감독님의 궤적을 따라가다 보니, 한 사람의 집요함이 어떻게 수십 편의 대중적 히트작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새삼 놀라게 되었습니다. 이 정도라면 영화로 치면 봉준호 감독 급의 영향력을 드라마라는 장르 안에서 구축해 온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제라도 그 이름을 기억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집요함'이 성공의 열쇠이재규 감독님의 인터뷰를 읽으면서.. 2026. 6. 5. tvN 드라마 '태풍상사' 리뷰 (IMF 외환위기, 무너진 일상, 애증의 연대, 교훈) '태풍상사'는 IMF 외환위기 시절의 한국 사회를 보여주는 드라마입니다. 솔직히 저는 그 시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살았습니다. 1997년 IMF 외환위기는 대한민국 전체를 흔든 사건이었지만, 당시 학교를 다니던 저에게는 그저 뉴스 속 단어였을 뿐이었습니다. 드라마 '태풍상사'를 보면서 비로소 그 시절 부모님이 감당하셨던 무게가 어느 정도였는지 조금씩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IMF 외환위기, 무너진 일상드라마 '태풍상사'에서는 회사들이 하루아침에 망하고 한 집안의 상황이 하루아침에 바뀝니다. 이게 드라마를 극적으로 만들기 위한 과장으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실제로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IMF 직전까지 한국 경제는 활발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었기에, 사람들은 큰 위기가 닥칠 것을 예감하지 못했던.. 2026. 6. 5. SBS 드라마 '모래시계' 리뷰 ('모래시계' 아닌 '퇴근 시계', 선택은 개인의 것인가, 지금 다시 보는 ‘모래시계’) 어제 지방선거가 있었습니다. '정치'라는 단어는 늘 나와는 상관없는 단어처럼 느껴지다가도, 선거철이 되면 현실적으로 다가옵니다. 이런 시기에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드라마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90년대를 대표하는 한국 드라마 중 하나인 ‘모래시계’입니다. '모래시계' 아닌 '퇴근 시계'‘모래시계’가 방영되던 1990년대에는 드라마의 영향력이 지금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동했습니다. 바로 작품이 소비되던 방식 때문입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OTT로 보고 싶은 콘텐츠를 언제든 볼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 제한된 채널, 제한된 콘텐츠를 정해진 시간에 모두가 동시에 시청하던 시대였습니다. '모래시계'의 방영 시간대가 되면 거리에 차들이 거의 없어서 붙은 “퇴근시계”라는 별명 역시 단순한 인기의 표현이 아니라, .. 2026. 6. 5. 지난 30년, 세대별 레전드 한국 드라마 소개 (베이비 부머 세대의 ‘사랑이 뭐길래’, 밀레니얼 세대의 ‘대장금’, Z세대의 ‘오징어 게임’) 지난 30여 년간의 한국 드라마를 떠올려 보면 단순히 재미있었던 작품을 넘어, 그 시대의 공기와 분위기가 같이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어떤 드라마는 가족 안의 관계를 바꿔 놓았고, 어떤 드라마는 사람들이 먹고사는 방식과 성공에 대한 생각을 흔들어 놓았으며, 또 어떤 드라마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자체를 조금 불편하게 들여다보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사랑이 뭐길래’, ‘대장금’, ‘오징어 게임’을 보면, 우리가 어떤 시대를 살아왔고, 또 어떤 사회로 이동해 왔는가 하는 것을 상징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씁쓸한 것은 요즘 드라마가 예전보다 더 어두워졌다는 점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제가 뽑은 세대별 드라마 세 편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감상을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베이비 부머 세대의 ‘사랑이 뭐길래’부모님 .. 2026. 6. 4. tvN 드라마 '미지의 서울' 후기 (쉬운 삶은 없다, 배우들의 이미지 변신,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 처음 이 드라마를 접했을 때는 큰 기대가 없었습니다. 알고 있던 정보라고는 배우 박보영이 색다른 변신을 했다는 정도였고, 그조차도 단순한 설정의 흥미 포인트로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끝까지 보고 나니 이 작품은 ‘설정의 기발함’이 아니라 ‘감정의 설득력’으로 기억되는 드라마였습니다. 쌍둥이의 삶을 바꿔 살아본다는 판타지적 장치 안에서 결국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주 현실적인 감정들이었고,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방식이었습니다. 쉬운 삶은 없다혹시 주변 누군가를 보며 "저 사람은 걱정이 없겠다"라고 생각해 본 적 없으신가요?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미지의 서울을 보다 보니 그 생각이 참 얼마나 오만한 것인지를 다시 느끼게 됐습니다. 특히 인물들의 상처가 인상 깊었던 이유는 그것이.. 2026. 6. 3.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리뷰 (위로가 필요했던 2022년, '자폐=천재'라는 이미지, 드라마의 한계) 솔직히 저는 이 드라마를 보면서 주인공의 아픔보다 재능을 부러워했습니다. 2022년 전 국민을 사로잡았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변호사의 이야기였지만, 제가 느꼈던 감정은 응원이라기보다 부러움에 더 가까웠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나중에야 그 감정이 이 드라마의 핵심적인 문제를 그대로 드러낸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위로가 필요했던 2022년2022년은 유독 따뜻한 드라마들이 인기를 끈 해였습니다. '우리들의 블루스', '나의 해방일지', 그리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까지, 자극적인 갈등이나 극단적인 악인 없이 일상의 관계를 중심에 둔 드라마들이 사랑받았습니다. 코로나 시기를 겪으면서 이런 드라마들은 인간적인 연결과 일상의 회복을 갈망하던 사람들의 욕구를 정확하게 충족시켜 주었.. 2026. 6. 3.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