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이 드라마를 처음 켤 때 아무 기대가 없었습니다. 유튜브에서 중국 드라마 리뷰를 이것저것 보다가 주인공이 예쁘고 잘생겼길래 별 생각 없이 틀었는데, 그게 새벽 두 시가 넘도록 화면을 붙잡고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중국 로맨스 드라마에서 보기 드문 구성 방식이 있었는데, 그게 제 취향을 정확히 건드렸습니다. 첫인상이 결정하지 못한 것들처음 10분은 솔직히 좀 의아했습니다. 남주 얼굴이 너무 무표정해서 "이 사람 연기를 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여주가 비를 맞으며 걷는 장면도 클리셰라면 클리셰인데, 이상하게 오글거리지가 않았습니다. 이유를 생각해 보니 배우가 감정을 과잉 표현하지 않아서였습니다. 비 맞는 장면이 감동적으로 보이려면 배우가 울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아무 표정 없이..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대단한 사건이 터지는 드라마도 아니고, 화려한 스케일도 없는데 왜 이렇게 손을 못 놓겠는지. 《만성》은 거짓말이 습관이 된 여자와 그 거짓말을 조용히 꿰뚫는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보다 보면 어느 순간 드라마 속 인물이 아니라 나 자신을 들여다보고 있는 느낌이 듭니다. 거짓말이 왜 나쁜 습관이 아니라 오래된 생존 방식일 수 있는지, 이 드라마를 보면서 처음으로 그 생각을 제대로 했습니다.거짓말이 방어기제가 되는 순간저도 처음엔 바이샤오둬를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만화 동아리를 지키겠다고 유명 만화가 '블랙'의 어시스턴트라고 거짓말을 하다니, 왜 저렇게까지 하나 싶었거든요. 그런데 몇 회를 더 보다 보니 그 거짓말이 단순한 꾀부리기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심리학에서는 이..
좋아한다는 말 한마디를 못 해서 몇 년을 돌아가는 이야기. 중국 청춘 캠퍼스 드라마 《상류》는 바로 그런 서툰 감정들을 따라갑니다. 전학생 하소귤과 천방지축 육식의가 엇갈리고 또 엇갈리는 과정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오래전 연락이 끊긴 친구 이름을 휴대전화 연락처에서 찾아보게 됐습니다.청춘 로맨스: 폭죽으로 시작된 인연드라마의 첫 장면부터가 심상치 않습니다. 이사 기념으로 아버지와 폭죽을 터뜨리던 하소귤이 긴장한 나머지 폭죽을 놓쳐버리고, 그게 하필이면 구경하던 소년 육식의의 엉덩이로 날아갑니다. 사실 이런 황당한 첫 만남 설정은 청춘 드라마의 전형적인 클리셰(cliché)라고 보는 분들도 많습니다. 여기서 클리셰란 반복적으로 사용되어 신선함이 떨어진 이야기 공식을 말하는데, 그럼에도 《상류》가 이 장면..
중국 드라마를 보다 예쁜 여자 주인공들에게 빠져들 때가 있습니다. 《경경일상》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여자 주인공이 정말 예쁘고 사랑스럽습니다. 그리고 고장극이지만 현대물 같은 느낌의 드라마라, 궁중 혼인이라는 큰 틀 안에서 펼쳐지는 소소한 일상이 의외로 오래 마음에 남는 드라마였습니다.간택 제도와 세계관, 어디까지 알고 보셨나요《경경일상》의 배경은 천하를 아홉 개의 구역, 즉 '구천(九天)'으로 나눈 가상의 세계관입니다. 여기서 구천이란 각기 다른 문화와 풍습을 가진 지역들이 공존하는 세계로, 현실의 어느 한 나라를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 아니라 고장극 특유의 상상력으로 새롭게 구성한 배경입니다.각 지역에서 혼인 적령기의 여성들이 가장 강력한 신천으로 모여들고, 그곳에서 여섯 소주들과의 혼인 상대를 정하는..
오늘 아침에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서 물 한 잔 마셨나요? 저는 《사사니온난아》를 다 보고 나서, 그 아주 사소한 일이 한동안 눈에 밟혔습니다. 풋풋한 취준생 로맨스로 시작해서 ALS(근위축성 측삭 경화증) 진단으로 무게가 완전히 달라지는 이 드라마는, 형지 평점 사이트 기준 7.6점을 받은 2024년 중국 드라마입니다. 가볍게 틀었다가 꽤 오랫동안 생각을 붙잡혀 버렸습니다.드라마 기본 정보와 구성 — 팩트로 짚어보기《사사니온난아》는 2024년 방영한 중국 드라마로, 남자 주인공 린퉈 역에 린이, 여자 주인공 안즈췌 역에 이란적이 출연했습니다. 영어 제목은 'Angels for Sometimes'인데, 원제의 의미가 대략 '나를 따뜻하게 해 줘서 고마워요'에 가깝다고 보면 두 제목이 서로 맞닿아 있다는 느..
비행기를 탈 때마다 퍼스트 클래스에 누가 타고 있을까 궁금합니다. 저만 그런 건 아닐 거라 생각하는데, 《굿잡》을 보면서 그 기묘한 호기심이 다시 살아났습니다. 재벌 탐정과 취업준비생이 불법 경매장에서 만나 사건을 풀어가는 이야기인데, 보다 보면 사건 해결보다 '저 세계는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거지?'라는 질문이 계속 따라옵니다.재벌 세계라는 낯선 구경거리드라마 첫 장면부터 '국가의 목걸이가 거래되는 불법 경매장'이라는 설정이 등장합니다. 세계적인 보석 디자이너 지젤 베아르가 세공한 '여왕의 눈물'이라는 목걸이가 20년 만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인데, 저는 이 장면을 보면서 솔직히 실소가 나왔습니다. 몇십억 원짜리 보석이 불법으로 경매되는 공간이 실제로 있을까요?그런데 생각해 보면, 제가 그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