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 1조 5천억 원짜리 기업의 대표가 알고 보니 만화 속 캐릭터였다면 어떨까요? 2016년 MBC에서 방영된 〈W (더블유)〉는 그 말도 안 되는 전제를 진지하게 밀어붙인 드라마입니다. 저는 이 드라마를 처음 봤을 때 "웹툰 캐릭터가 현실 작가한테 따지러 나온다"는 설정 하나에 완전히 넘어갔습니다.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오가는 메타서사(meta-narrative) 구조, 쉽게 말해 이야기 속에서 이야기 자체의 존재를 의심하는 방식이 드라마 전체를 관통합니다. 이게 그냥 판타지 로맨스가 아니었습니다.세계관〈W〉의 배경은 두 개의 층위로 나뉩니다. 하나는 우리가 사는 현실, 다른 하나는 그 현실의 웹툰 작가가 그려낸 만화 세계입니다. 주인공 강철은 1987년 서울을 배경으로 한 웹툰 속 인물로, JN ..
솔직히 저는 이 드라마를 처음 틀었을 때 서부극인 줄 알았습니다. 말 타고 총 쏘는 장면이 나오길래 그냥 넘길 뻔했는데, 10분도 안 돼서 화면을 끄지 못하게 됐습니다. HBO의 《웨스트월드》 시즌 1은 서부 개척 시대를 배경으로 한 초대형 테마파크와 그 안에 살아 숨 쉬는 인공지능 존재들의 이야기입니다. 보는 내내 "이건 SF 드라마가 아니라 나 자신에 대한 질문이다"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웨스트 월드 세계관드라마는 하룻밤 이용료만 5천만 원에 달하는 초호화 테마파크, 웨스트월드로 시작합니다. 처음 이 설정을 접했을 때 제가 느낀 건 단순한 흥미가 아니었습니다. 과거 서부 개척 시대의 낭만을 그대로 구현한 공간에 최첨단 기술이 숨겨져 있다는 발상 자체가 너무도 매력적으로 다가왔거든요.이..
드라마를 다 보고 나서도 한동안 멍하게 있었습니다. 감동적이라고 느낀 게 아니라, 정확히 무엇을 느꼈는지 스스로도 정리가 안 됐기 때문입니다. 《사의 찬미》는 천재 극작가 김우진과 조선 최초의 소프라노 윤심덕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입니다. 두 사람의 사랑이 아름답게 그려질수록, 저는 자꾸만 '그래도 이건 불륜인데'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 불편한 마음을 솔직하게 풀어봤습니다.천재와 도덕의 이중 잣대솔직히 말하면, 저는 드라마를 보는 내내 두 가지 감정이 충돌했습니다. 한쪽에서는 두 사람이 안타깝고, 다른 한쪽에서는 '그래도 이건 불륜이잖아'라는 생각이 계속 올라왔습니다. 김우진은 유부남이었고, 그 사실을 숨긴 채 윤심덕에게 가까워졌습니다. 드라마 안에서 그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원치 ..
명작 드라마를 만든 배우들이 10년 뒤에도 여전히 이렇게 편할 수 있을까요? 〈도깨비 10주년 여행〉을 처음 틀었을 때 저는 그게 가장 먼저 궁금했습니다. 카메라 앞에서 꾸민 친밀함이 아니라, 오랜 시간이 쌓인 사람들만이 내뿜는 온도가 느껴졌습니다. 10년 우정좋은 작품이 좋은 팀을 만드는 걸까요, 아니면 좋은 팀이 좋은 작품을 만드는 걸까요? 〈도깨비〉는 2016년 방영 당시 최고 시청률 20.5%를 기록한 작품입니다(출처: 닐슨코리아). 케이블 채택 드라마 기준으로는 전무후무한 수치였고, 지금도 '겨울 하면 떠오르는 드라마'를 꼽을 때 빠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번 여행 콘텐츠를 보면서 그 시청률보다 다른 숫자에 더 눈이 갔습니다. 바로 10년이라는 시간이었습니다.배우들이 7시 반 약속에 제일 ..
KBS 미니시리즈 은 12부작으로, 남궁민·이설·김대명이 주연을 맡은 드라마입니다. 저는 KBS 드라마는 일일연속극이나 주말연속극이라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어서, 이 드라마에 누가 나오는지도 몰랐고, 솔직히 처음엔 볼 생각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러다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남궁민 얼굴이 화면에 딱 잡히는 순간, "어? 남궁민이 KBS 미니시리즈에 나오네?" 하고 멈춰버렸고, 그게 1화 정주행의 시작이었습니다.남궁민 배우솔직히 저처럼 'KBS 드라마는 부모님 세대가 보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가진 분들이 꽤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일일연속극 이미지가 너무 강하다 보니 미니시리즈가 편성되어도 자연스럽게 시선이 안 가는 거죠. 그런데 막상 1~2화를 보고 나서 그 선입견이 꽤 많이 깨졌습니다.의 이야기 구조..
솔직히 처음 틀었을 때는 그냥 유행하는 로맨스 드라마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화면에 캐나다 퀘벡이 나오는 순간부터 뭔가 달랐습니다. 드라마 《도깨비》는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삶과 죽음, 시간과 인연이라는 무게감 있는 주제를 정면으로 건드립니다. 로맨스를 잘 안 보는 편인데도 끝까지 봤다면, 그 자체로 이미 설명이 되는 것 같습니다. 캐나다 촬영지제가 이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이 뭔지 아십니까. "캐나다 진짜 예쁘다."였습니다. 화면을 보는 내내 처음으로 캐나다에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단순히 배경이 아름다운 게 아니라, 도시 자체가 차분하고 여유로워 보여서 괜히 거기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을 정도입니다.주요 해외 촬영지는 캐나다 퀘벡(Québec)입니다. 퀘벡은 북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