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이 낮으면 작품이 나쁜 걸까요? 2016년 조기종영으로 막을 내린 KBS2 월화드라마 '뷰티풀 마인드'를 다시 꺼내 보다가 이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천재 신경외과 의사가 연쇄적인 의문사에 휘말리는 이야기인데, 다시 봐도 이 드라마가 왜 그렇게 낮은 평가를 받았는지 솔직히 납득이 안 됩니다.조기종영의 진짜 이유2016년 6월 20일 첫 방영 이후 '뷰티풀 마인드'는 최고 시청률 4.7%, 평균 시청률 3.9%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들고 결국 16부작에서 14부작으로 조기종영했습니다. 표면적인 이유는 2016 리우 올림픽 중계였지만, 사실상 시청률 부진이 결정적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심지어 같은 시간대에 바로 옆 채널인 SBS에서 '닥터스'라는 의학 드라가 꽤..
솔직히 저는 한국 드라마가 넷플릭스를 휩쓸고 있다는 뉴스를 볼 때마다 막연히 '제작사들도 잘 되겠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관련 자료를 찾아보고 나서야 그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는 걸 알았습니다. 글로벌 흥행작을 만들어도 정작 제작사에 돌아오는 몫은 생각보다 훨씬 작다는 것, 그리고 그 구조가 넷플릭스 이전에도 이미 존재했다는 사실이 꽤 충격적이었습니다.글로벌 흥행과 초라한 수익「더 글로리」가 넷플릭스 비영어권 역대 5위를 기록했을 때, 저도 그 드라마를 정주행하면서 '이 정도면 제작사가 대박 났겠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업계 추정에 따르면 이 작품 하나로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이 손에 쥔 이익은 100억 원이 채 안 된다고 합니다. 넷플릭스 역대 시청 1위를 지키는 「오징어 게임」의 제작사 싸..
어린이 드라마라고 해서 가볍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1989년 멕시코에서 제작된 텔레노벨라(telenovela), 즉 라틴아메리카 특유의 연속 드라마 형식으로 만들어진 '천사들의 합창'은 인종차별, 빈부격차, 가정불화를 초등학교 2학년 교실에 고스란히 담아냈습니다. 얼마 전 영상통화로 조카가 커다란 장난감 자동차를 신나게 타는 걸 보다가, 문득 그 드라마 속 호르케가 시릴로를 무시하며 고급 어린이용 자동차를 몰던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30년도 더 된 기억인데 아직도 이렇게 선명합니다.멕시코 드라마솔직히 저는 어릴 때 그게 멕시코 드라마인 줄도 몰랐습니다. 그냥 오후 6시가 되면 TV 앞에 앉아 있었고, 구슬픈 오프닝 멜로디가 흘러나오면 자연스럽게 눈이 화면에 고정됐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드라마가..
솔직히 저는 시즌 다섯 개짜리 드라마를 볼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세계 최고의 드라마'라는 말은 수도 없이 들었는데, 막상 시작하기가 너무 무거웠거든요. 그리고 그 당시, 제가 또 다른 유명한 미국 드라마 '로스트'를 봤었는데 시리즈가 너무 많아서그냥 의무감에 드라마를 봤기 때문에, 또 다른 장편 드라마를 보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밤 1화를 틀었다가 새벽 네 시가 됐습니다. '브레이킹 배드'는 그런 드라마입니다. 범죄 스릴러로 시작해서, 어느 순간 인간에 대한 이야기가 되어 있는.피카레스크 구조드라마를 보다가 스스로 깜짝 놀란 순간이 있었습니다. 마약을 만들고, 사람을 죽이고,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월터 화이트를 제가 응원하고 있었거든요. 처음에는 '내가 왜 이러지?' 싶었는데, 알고..
《디어 마이 프렌즈》는 2016년 방영 당시 시청률보다 '입소문'으로 더 강하게 퍼진 드라마입니다. 처음엔 저도 포스터만 보고 지나쳤습니다. 노인들 이야기라 잔잔하고 지루할 것 같다는 편견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할머니의 치매 진단을 곁에서 지켜보게 된 지금, 이 드라마가 전혀 다른 무게로 다시 떠오르고 있습니다.첫인상일반적으로 노년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운 드라마는 '가족 대상 주말극'이라는 인상이 강합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기 시작하니 그 생각은 첫 회가 끝나기도 전에 무너졌습니다. 이 드라마는 '노년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 아니라, 삶의 끝자락에 가까워진 인간이 여전히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가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었습니다.노희경 작가 특유의 서사 밀도(narrative ..
드라마를 끝까지 보고 난 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제가 처음 이 작품을 너무 단순하게 봤다는 것이었습니다. 초반에는 상태창, 퀘스트, 레벨업 같은 게임적 장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당연히 "한 취사병의 성장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도 이 드라마는 평범한 이등병 강성재가 전설적인 취사병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중심축으로 삼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회까지 모두 보고 나니, 이 작품의 진짜 이야기는 성장 그 자체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게임 시스템은 단지 장치일 뿐, 진짜 퀘스트는 인간관계였습니다. 인간관계라는 퀘스트학교나 회사에서는 싫은 사람을 어느 정도 피할 수 있습니다. 최소한 거리를 둘 자유는 있습니다. 하지만 군대는 다릅니다. 싫어도 함께 생활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