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를 보면서 범인이 누구인지 먼저 알아내려 했던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그랬습니다. 그런데 JTBC 드라마 을 보면서 처음으로 그 습관이 무너졌습니다. 범인을 찾는 것보다 사람 하나하나의 표정을 따라가는 것이 훨씬 더 흥미로웠기 때문입니다. 20년 전 실종된 여동생 사건부터 다시 시작된 연쇄 살인까지, 이 드라마는 사건보다 사람을 먼저 들여다보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줄거리이동식은 문주시 만양읍 파출소 경사입니다. 동네에서 '못 말리는 또라이 경찰'로 불리는 그는, 화투판을 단속하면서 형법 제247조를 줄줄 외우고 동네 아주머니들을 전원 연행해 버리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 괴짜 같은 행동 아래에는 20년 동안 한 번도 가라앉지 않은 상처가 있습니다.2000년 10월 15일 새벽, 당시 스무 살이었던..
딸을 가장 사랑하는 아버지가, 딸을 가장 의심하는 수사관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저는 이 드라마를 보는 내내 그 질문 하나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MBC 금토드라마 는 대한민국 최고의 범죄행동분석 전문가가 살인 사건 현장에서 자신의 딸과 연결된 증거들을 발견하면서 벌어지는 부녀 심리 스릴러입니다. 자극적인 반전보다 인물의 감정을 촘촘하게 쌓아 올리는 방식이라, 보고 난 뒤에도 사건보다 사람이 더 오래 남는 드라마였습니다.경찰 가족과 범죄드라마의 주인공 장태수는 범죄행동분석(Criminal Behavioral Analysis), 즉 프로파일링의 최고 전문가로 묘사됩니다. 프로파일링이란 범죄 현장에 남겨진 행동적 증거를 토대로 범인의 심리적 특성, 동기, 행동 패턴을 추론하는 수사 기법입니다. FB..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는 장면 하나로 이렇게 오래 생각하게 될 줄은 몰랐으니까요. 세브란스(Severance)는 출근과 퇴근 사이의 기억을 완전히 분리하는 '단절 시술'을 받은 직장인들의 이야기입니다. 설정 하나가 이렇게 깊은 질문을 끌어낼 수 있다는 게, 다 보고 나서도 한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직장 정체성과 기억 단절 시술제가 직접 경험한 일인데, 몇 달을 하나의 프로젝트에만 매달렸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출근하고, 하루 종일 같은 문제를 붙잡다가 집에 돌아오면 저녁도 제대로 못 먹고 잠드는 날이 반복됐습니다. 그 시기가 끝나고 나서 돌아보니 몇 달이라는 시간이 사진 한 장 없이 흐릿하게만 남아 있었습니다. 세브란스를 보면서 그 기억이 떠올랐습니다.드..
솔직히 저는 의학 드라마를 잘 못 봤습니다. 수술 장면이 길어지면 채널을 돌리던 사람이었는데, 중증외상센터는 첫 화를 켠 지 두 시간 만에 새벽이 되어 있었습니다. 원작자가 현직 이비인후과 전문의라는 사실을 나중에 알고 나서야 그 현실감의 이유를 이해했습니다.의사가 쓴 웹소설이 드라마가 되기까지일반적으로 의학 드라마는 작가가 오랜 취재를 거쳐 완성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병원에 수개월씩 상주하거나 수술 참관 허락을 받아가며 자료를 쌓는 방식이 업계의 통념이었습니다. 그런데 중증외상센터의 경우는 좀 달랐습니다. 원작자 이낙준은 이비인후과 전문의 출신으로, 외과 계열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기획 단계에만 약 6개월을 쏟았습니다. 외상외과(trauma surgery) 전문 친구들에게 직접 물어보고, 현..
가족이 곁에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라는 걸, 우리는 잃고 나서야 알게 됩니다. 드라마 《러브 미》를 보면서 저는 몇 년 전 부모님과 아무 말 없이 밥을 먹던 평범한 저녁이 떠올랐습니다. 그 시간이 얼마나 소중했는지는, 그날 이후로도 한참이 지나서야 깨달았습니다. 가족가족이 함께 산다는 게 꼭 친밀함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걸, 이 드라마만큼 설득력 있게 보여 준 작품이 최근에 있었나 싶습니다. 식탁에 둘러앉은 가족들이 나누는 대화에는 뼈가 있고, 침묵에는 오래된 상처가 깔려 있습니다. 저도 직접 보면서 이 장면들이 가장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거창한 사건보다 그 어색한 밥상이 더 묵직하게 느껴졌거든요.드라마의 서사 구조는 가족 서사(family narrative), 즉 한 가족의 시간을 세대별로 교차하..
드라마를 고를 때 첫 2회를 보고 계속 볼지 결정하는 편인데, 《커넥션》은 그 기준을 가뿐히 통과했습니다. 마약에 강제로 노출된 엘리트 형사가 자신을 함정에 빠뜨린 조직을 역추적한다는 설정 자체가 신선했고, 지성의 연기가 거기에 무게를 더했습니다. 지루하다는 생각 한 번 없이 끝까지 몰아본 드라마가 얼마 만인지 모르겠습니다.빠른 전개드라마를 끝까지 못 보는 사람, 주변에 꽤 많지 않습니까? 저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전개가 조금만 느려진다 싶으면 다른 콘텐츠로 금방 손이 가는 편이라, 《커넥션》도 '일단 두 회만 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그런데 1회부터 호흡이 달랐습니다. 마약수사팀 에이스인 장재경 경감이 경기 남부 최대 조직 영륜파의 총책을 검거하는 장면이 첫 회에 몽땅 담겨 있었습니다. 보통 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