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여행이 가능하다면 과거를 바꾸는 게 정말 답일까요? 《시지프스: the Myth》를 보면서 저는 이 질문을 내내 놓지 못했습니다. 2021년 JTBC에서 방영된 이 드라마는 조승우·박신혜 주연의 SF 시간여행물로, 국내 드라마에서 보기 드문 스케일에 도전한 작품입니다. 줄거리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장르 이야기가 아니라 내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찾아옵니다.줄거리: 미래에서 사람이 떨어진다는 게 무슨 뜻인가천재 공학자 한태술(조승우)은 양자 분자 전송, 즉 물질의 정보를 양자 단위로 분해해 다른 위치로 재조합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양자 전송이란 물체를 물리적으로 이동시키는 게 아니라, 물체를 이루는 정보 자체를 전달해 목적지에서 동일하게 재현하는 개념입니다. 쉽게 말해 팩스가 ..
솔직히 저는 《허쉬》를 처음 볼 때 언론계 이야기라 공감하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기자 생활을 해본 적도 없고, 특종이니 오보니 하는 세계는 저와 거리가 멀었으니까요. 그런데 보다 보니 이게 기자 이야기가 아니라 그냥 직장인 이야기더군요. 조직 안에서 양심과 생존 사이를 오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래서 오히려 더 불편하게, 더 오래 남았습니다.조직 생활에 대한 일반적인 믿음과 실제일반적으로 직장을 선택할 때 사람들은 직무, 연봉, 성장 가능성을 따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막상 회사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부딪히는 건 일이 아니라 사람이었습니다.드라마 속 디지털 뉴스부는 그 점에서 굉장히 정직했습니다. 이른바 '기레기(기자+쓰레기의 합성어로, 저질 보도를 ..
솔직히 시즌2라는 말을 들었을 때 반응이 반반이었습니다. "그 분위기 또 살릴 수 있을까"라는 의심과 "그 팀이라면 믿어볼 수 있다"는 기대가 동시에 들었거든요. 결론부터 말하면, 《모범형사 2》는 전작을 등에 업고 안주한 작품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시즌1이 쌓아 올린 신뢰를 바탕으로, 이번엔 훨씬 더 험한 곳으로 팀을 밀어 넣습니다. 권력과 자본이 진실을 어떻게 통제하는지, 그리고 그 앞에서 원칙을 지킨다는 게 얼마나 고단한 일인지를 보여주는 드라마입니다.권력형 범죄, 시스템과 싸우는 형사들제가 직접 정주행해보니, 이 드라마의 핵심 긴장감은 살인 사건 자체보다 그 사건을 둘러싼 구조에서 나옵니다. TJ 그룹 장남 천상우가 클럽에서 저지른 폭행은 단순 사건이 아니었습니다. 법무팀장 우태오가 현장에 도착..
패키지여행을 한 번이라도 가봤다면 압니다. 처음 만난 사람들과 버스 한 칸에 쑤셔 들어가서, 밥도 같이 먹고, 줄도 같이 서고, 어느 순간부터 서로 이름도 알게 되는 그 묘한 경험을. 저도 딱 그 경험을 하고 나서 이 드라마를 다시 봤는데, 첫 회부터 "이거 그냥 여행 로맨스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2017년 방영한 JTBC 드라마 《더 패키지》 얘기입니다.공감 — 패키지 여행, 처음엔 다 낯선 사람들이었습니다드라마는 프랑스 파리 공항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여권을 걷고, 단체 티켓을 끊고, 낯선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는 그 북적한 공기. 저도 몇 해 전 유럽 패키지를 떠났을 때 딱 저 장면 같았거든요. 셀카봉을 펼치는 사람, 아직 체크인도 안 했는데 벌써 화가 잔뜩 나 있는 아저씨, 연인끼리 티격태격하는 ..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라는 제목이 공개되는 순간, 가슴이 쿵 내려앉았습니다. 마치 저를 오랫동안 지켜보던 누군가가 나에게 어떤 큰 감동과 깨달음을 주기 위해 이 드라마를 내놓은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더군다나 구교환 배우님과 오정세 배우님, 강말금 배우님의 조합이라니, 제 인생 드라마가 될 것이 분명해 보였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드라마는 제목만큼 특별하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심지어 1화는 너무 식상했습니다. 그런데도 어쩌다 보니 결국 끝까지 보고 있습니다. 이 드라마의 매력이 뭘까, 이 글을 쓰면서 정리해 보려 합니다. 황동만이라는 캐릭터, 그리고 불안황동만(구교환)을 처음 봤을 때, 저는 많이 불편했습니다. 저와 너무 닮아서요. 혹시 정신을 차려보면 나 혼자 떠들고 있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