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8편 승객들에게 몇 시간이었던 시간이, 세상에는 5년이었습니다. 저는 이 설정을 처음 접했을 때 '드라마적 과장'이라고 넘기려 했는데, 이상하게 그게 되지 않았습니다. 매일 하루를 잃어버리는 것 같다는 감각을 오래 갖고 살아왔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매니페스트》 시즌1은 미스터리 드라마지만, 저에게는 시간이 사람마다 얼마나 다르게 흐르는지를 보여준 작품으로 남았습니다.시간 상실혹시 이런 경험이 있으신가요? 분명 앉아서 잠깐 쉬었을 뿐인데, 고개를 들어보니 창밖이 어두워져 있는. 저는 그게 꽤 오래된 일상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24시간인 하루가 저에게는 10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 같다는 기분, 표현하기 어렵지만 늘 그랬습니다.《매니페스트》는 바로 그 감각을 드라마적으로 극단화한 작품입니다. 몬테..
어린 시절 읽었던 책 그대로일 거라고 생각했다가 첫 화부터 당황했습니다. CBC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드라마는 "할머니의 앤이 아닌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앤이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달고 나온 작품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원작의 감성을 기대했는데, 보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리부트일반적으로 드라마화 작품이라고 하면 원작을 영상으로 옮기는 수준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그 선을 한참 넘어섭니다. 제가 직접 시즌 1부터 다시 정주행해봤는데, '신 드라마화'라기보다는 완전한 리부트(reboot)에 가깝다는 인상이 강했습니다. 리부트란 기존 IP(지식재산권)의 설정을 대부분 재창조하되, 핵심 캐릭터나 세계관은 유지하는 방식을 말합니다.가..
서류를 넣었는데 연락이 없었던 적, 한 번쯤 있으시지 않습니까? 저는 경력 공백이 생긴 후 재취업을 시도하면서 이게 제 문제인지, 아니면 구조적인 문제인지 한참을 고민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드라마 이 처음 시작됐을 때 손이 저절로 리모컨을 향했습니다. 그런데 보다 보니 공감보다 위화감이 더 쌓였습니다. 왜 그랬는지, 솔직하게 써보겠습니다.시작은 공감혹시 "경력 단절"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 괜히 마음이 움츠러든 적 있으십니까? 저는 있습니다. 결혼이나 육아가 직접적인 이유는 아니었지만, 공백이 생긴 이후부터 서류 탈락이 당연한 일처럼 반복됐습니다. 그래서 드라마 주인공 고해라가 면접장에서 "7년 동안 도태되셨을 거고 우리가 왜 당신을 뽑아야 하느냐"는 말을 들을 때, 화면을 보면서 눈을 피하게 됐습니다..
드라마 '정년이'가 방영될 당시, 저는 '정년이'를 제가 만든 것도 아닌데 한국 친구들 뿐만 아니라 해외의 친구들에게까지 "이게 넷플릭스에 올라오면 꼭 봐야한다"고 신신당부를 하면서 '정년이' 마케팅에 열을 올렸습니다. 이 드라마는 당시 시청률 13.4%를 기록하며, "우리나라 사람 모두가 봐야한다"며 열광했던 저의 기대에는 못미쳤지만, 그래도 흥행에 성공했고 사람들 입에 많이 오르내렸습니다. 더욱이 이 드라마는 남자 주인공 한 명 없이, 생소한 국극이라는 소재만으로 흥행에 성공하면서, 오랜만에 공중파 드라마의 흥행 공식을 깼습니다. 저는 이 드라마를 보는 내내 솔직히 뿌듯하면서도 얼떨떨했습니다. 배우들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거든요. 배우들의 국극을 재현한 수준이 단순히 "잘 따라했다"는 수준이 아니었..
시청률이 낮으면 작품이 나쁜 걸까요? 2016년 조기종영으로 막을 내린 KBS2 월화드라마 '뷰티풀 마인드'를 다시 꺼내 보다가 이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천재 신경외과 의사가 연쇄적인 의문사에 휘말리는 이야기인데, 다시 봐도 이 드라마가 왜 그렇게 낮은 평가를 받았는지 솔직히 납득이 안 됩니다.조기종영의 진짜 이유2016년 6월 20일 첫 방영 이후 '뷰티풀 마인드'는 최고 시청률 4.7%, 평균 시청률 3.9%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들고 결국 16부작에서 14부작으로 조기종영했습니다. 표면적인 이유는 2016 리우 올림픽 중계였지만, 사실상 시청률 부진이 결정적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심지어 같은 시간대에 바로 옆 채널인 SBS에서 '닥터스'라는 의학 드라가 꽤..
솔직히 저는 한국 드라마가 넷플릭스를 휩쓸고 있다는 뉴스를 볼 때마다 막연히 '제작사들도 잘 되겠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관련 자료를 찾아보고 나서야 그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는 걸 알았습니다. 글로벌 흥행작을 만들어도 정작 제작사에 돌아오는 몫은 생각보다 훨씬 작다는 것, 그리고 그 구조가 넷플릭스 이전에도 이미 존재했다는 사실이 꽤 충격적이었습니다.글로벌 흥행과 초라한 수익「더 글로리」가 넷플릭스 비영어권 역대 5위를 기록했을 때, 저도 그 드라마를 정주행하면서 '이 정도면 제작사가 대박 났겠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업계 추정에 따르면 이 작품 하나로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이 손에 쥔 이익은 100억 원이 채 안 된다고 합니다. 넷플릭스 역대 시청 1위를 지키는 「오징어 게임」의 제작사 싸..